최대축제일 불구 시민들 "700여명 숨졌다, 올핸 띤잔 즐길 수 없어"
꽃 담은 전통 화분에 저항 '세 손가락 경례', 반군부·승리 메시지
물축제로 유명한 전통설 띤잔인데…양곤시청 광장엔 군경 트럭만
미얀마가 13일 전통 설인 띤잔을 맞았지만, 예년 같은 물 축제도 떠들썩한 분위기도 없었다.

대신 시민들은 군부 쿠데타 이후 군경의 총격에 숨진 700명이 넘는 시민들을 추모하며 저항 의지를 다졌다.

미얀마 최대 축제이자 전통 설인 띤잔(Thingyan)은 물 축제로 유명하다.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새해의 건강과 소원 성취를 기원한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이 축제는 올해는 쿠데타 때문에 실종됐다.

양곤 시청 앞이 대표적이다.

2년 전만 해도 시청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물축제로 유명한 전통설 띤잔인데…양곤시청 광장엔 군경 트럭만
물축제 시작을 알리는 행사가 해마다 띤잔 연휴 시작일 오전 7시 30분에 양곤 시청 앞 광장에서 만 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성대하게 열렸었다.

물축제로 유명한 전통설 띤잔인데…양곤시청 광장엔 군경 트럭만
그러나 물 축제를 위한 각종 무대와 천막이 들어서던 그 자리에는 올해에는 군경 트럭이 자리를 잡고 있다.

광장 주변을 죽 둘러쳐져 있는 바리케이드만이 을씨년스러움을 자아냈다.

미얀마 시민들도 예년과 다른 띤잔을 선택했다.

군사정권은 쿠데타 이후 대학살로 흉흉해진 민심을 가리기 위해 미얀마 전역에서 띤잔 물축제를 진행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민들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

반군부 활동가들도 SNS를 통해 군정에 의해 불순한 의도로 기획된 띤잔 물 축제엔 참여하지 말자고 촉구했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미얀마 국민들이 이날부터 '혁명의 띤잔'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물축제로 유명한 전통설 띤잔인데…양곤시청 광장엔 군경 트럭만
남부 다웨이와 사가잉 지역 등에서는 여성들이 띤잔 축제 꽃이 담긴 전통 화분에 반군부 메시지를 적은 채 거리를 행진했다.

지난주 군경 폭력에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사가잉 지역 깔레이에서도 시민들이 서로에게 물을 뿌리는 대신 다시 거리로 나와 행진했다.

새해맞이 의미로 마을 입구에 내놓은 화분에는 "(너희들은) 결코 (우리를) 지배할 수 없다" 등과 같이 군부에 반대하고 승리를 다짐하는 문구들이 다수 적혔다고 매체는 전했다.

물축제로 유명한 전통설 띤잔인데…양곤시청 광장엔 군경 트럭만
일부 시민은 영화 '헝거 게임'에서 비롯돼 태국의 민주화 운동을 거쳐 미얀마의 반군부 운동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세 손가락 경례' 표지를 화분에 꽂아놓기도 했다.

시민들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우리는 올해 띤잔을 즐길 수 없다.

700명이 넘는 무고한 용감한 영혼이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도 "올해는 띤잔을 즐길 수 없다.

민주주의를 얻게 되면 다시 한번 새해를 축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 총격 등 군경 폭력에 의한 사망자 숫자는 확인된 것만 710명이며, 이 중에는 아동 50명이 포함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