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美 경제 성적 확 높인 백신 접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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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슨硏 미 성장률 대폭 상향
접종률 34%…"최고의 부양책"
백신 확보 서둘러야 봉쇄 해제
조재길 뉴욕 특파원
접종률 34%…"최고의 부양책"
백신 확보 서둘러야 봉쇄 해제
조재길 뉴욕 특파원
미국의 대표적 경제학자로 꼽히는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지난해 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고의 경기부양책은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최대한 서둘러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경제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논리다. 대규모 부양책과 달리 국가 부채를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일이기도 하다.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최근 내놓은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 역시 백신 접종률이 경제 성적과 직결된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구소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6.3%로 전망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던 작년 10월(4.1%)보다 2.2%포인트 상향 조정한 수치다. 백신 보급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이 기관은 올봄이 끝나기 전 미국의 경제활동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백신 보급이 더디거나 코로나19 봉쇄에 실패한 국가의 성장률 전망은 가차없이 낮췄다. 일본의 예측치를 5.0%에서 2.5%로 반토막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우 6.0%에서 4.4%로 수정했다. 신규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브라질의 성장률은 올해 -1.0%로 뒷걸음질할 것으로 봤다. 작년 10월엔 플러스 성장(0.5%)을 예상했었다. 연구소의 이번 전망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의 백신 보급은 백악관이 주도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초고속(워프 스피드) 작전’을 통해 백신의 개발 단계부터 직접 관여했다. 조 바이든 정부에선 백악관 내 코로나19 대응팀이 매일 운송·보급 현황을 챙기고 있다.
요즘 미국 내 하루평균 백신 접종자는 300만여 명에 이른다. 400만 명을 넘은 적도 있다. 미국 인구가 한국보다 여섯 배 많은 3억3000만 명에 달하지만, 하루 접종 횟수는 100배에 가깝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인구 대비 접종률은 8일(현지시간) 기준 34%다. 전체 인구의 10% 이상이 이미 확진 판정을 받아 항체를 보유 중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감안하면 집단면역 달성이 머지않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늦어도 다음달까지 미국 내 경제 봉쇄가 대부분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부작용 논란이 많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해선 사용 승인조차 내주지 않고도 이뤄낸 성과다.
덕분에 미국 경제는 1984년(7.2%) 이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할 게 확실시되고 있다. 자국 경제에 대해 보수적으로 전망해온 중앙은행(Fed)도 “올해 6.5%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경제 호황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 보건당국과 자치주들은 경쟁적으로 봉쇄 해제에 나서고 있다. 경제 재개가 국민의 개인 소득에 직결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다. 텍사스, 플로리다, 오하이오 등 여러 주(州)가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봉쇄 조치를 풀었다. 지난달 10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없앤 텍사스에선 확진자는 물론 사망자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해제 직전 하루 사망자가 300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100명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백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미 지역에서 처음 봉쇄에 나섰던 캘리포니아는 오는 6월 15일부터 완전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작년 ‘코로나 낙제생’이라고 놀림받던 미국은 사활을 걸고 백신을 확보한 끝에 세계 경제를 다시 주도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12일부터 놀이공원과 헬스장, 미용실 등 비필수 업종의 영업을 허용한다. 다음달 중순부터는 해외여행도 재개된다. 접종률이 60%를 넘는 이스라엘은 거의 일상을 회복했다. 미국 텍사스주처럼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접종률이 높은 국가의 국민끼리 먼저 교류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방역 모범국으로 꼽혀온 대만과 팔라우는 격리 기간 없는 상호 자유여행을 허용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오는 19일부터 같은 프로그램을 개시한다. 싱가포르 등 상당수 국가는 디지털 백신 여권을 지참한 해외여행객의 입국을 허용할 방침이다. 접종률이 낮은 국가는 더 소외될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이날 기준 2%를 조금 넘는다. ‘K방역’ 홍보에만 골몰하다 진짜 중요한 걸 놓쳤는지 모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영국에서 출현했던 변이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가장 지배적인 종(種)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변이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미시간주에선 최근 들어 확진자 수가 하루평균 9000여 명으로 치솟았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2000명을 밑돌던 곳이다.
남미에선 변이 확산에 따라 사망자 수가 급증세다. 브라질에서는 하루 사망자가 처음 4000명을 넘어섰다. 베네수엘라 페루 등에서도 연일 확진자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남미의 변이 비중은 30~50%에 달한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
일본 보건당국도 지난주 도쿄도 내 일부 감염 의심자의 검체를 분석한 결과 30%에서 변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발 ‘E484K’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이런 변이가 간사이 지역에선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곳 확진자 수는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이다.
road@hankyung.com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최근 내놓은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 역시 백신 접종률이 경제 성적과 직결된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구소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6.3%로 전망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던 작년 10월(4.1%)보다 2.2%포인트 상향 조정한 수치다. 백신 보급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이 기관은 올봄이 끝나기 전 미국의 경제활동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백신 보급이 더디거나 코로나19 봉쇄에 실패한 국가의 성장률 전망은 가차없이 낮췄다. 일본의 예측치를 5.0%에서 2.5%로 반토막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우 6.0%에서 4.4%로 수정했다. 신규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브라질의 성장률은 올해 -1.0%로 뒷걸음질할 것으로 봤다. 작년 10월엔 플러스 성장(0.5%)을 예상했었다. 연구소의 이번 전망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의 백신 보급은 백악관이 주도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초고속(워프 스피드) 작전’을 통해 백신의 개발 단계부터 직접 관여했다. 조 바이든 정부에선 백악관 내 코로나19 대응팀이 매일 운송·보급 현황을 챙기고 있다.
요즘 미국 내 하루평균 백신 접종자는 300만여 명에 이른다. 400만 명을 넘은 적도 있다. 미국 인구가 한국보다 여섯 배 많은 3억3000만 명에 달하지만, 하루 접종 횟수는 100배에 가깝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인구 대비 접종률은 8일(현지시간) 기준 34%다. 전체 인구의 10% 이상이 이미 확진 판정을 받아 항체를 보유 중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감안하면 집단면역 달성이 머지않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늦어도 다음달까지 미국 내 경제 봉쇄가 대부분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부작용 논란이 많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해선 사용 승인조차 내주지 않고도 이뤄낸 성과다.
덕분에 미국 경제는 1984년(7.2%) 이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할 게 확실시되고 있다. 자국 경제에 대해 보수적으로 전망해온 중앙은행(Fed)도 “올해 6.5%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경제 호황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 보건당국과 자치주들은 경쟁적으로 봉쇄 해제에 나서고 있다. 경제 재개가 국민의 개인 소득에 직결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다. 텍사스, 플로리다, 오하이오 등 여러 주(州)가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봉쇄 조치를 풀었다. 지난달 10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없앤 텍사스에선 확진자는 물론 사망자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해제 직전 하루 사망자가 300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100명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백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미 지역에서 처음 봉쇄에 나섰던 캘리포니아는 오는 6월 15일부터 완전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작년 ‘코로나 낙제생’이라고 놀림받던 미국은 사활을 걸고 백신을 확보한 끝에 세계 경제를 다시 주도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12일부터 놀이공원과 헬스장, 미용실 등 비필수 업종의 영업을 허용한다. 다음달 중순부터는 해외여행도 재개된다. 접종률이 60%를 넘는 이스라엘은 거의 일상을 회복했다. 미국 텍사스주처럼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접종률이 높은 국가의 국민끼리 먼저 교류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방역 모범국으로 꼽혀온 대만과 팔라우는 격리 기간 없는 상호 자유여행을 허용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오는 19일부터 같은 프로그램을 개시한다. 싱가포르 등 상당수 국가는 디지털 백신 여권을 지참한 해외여행객의 입국을 허용할 방침이다. 접종률이 낮은 국가는 더 소외될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이날 기준 2%를 조금 넘는다. ‘K방역’ 홍보에만 골몰하다 진짜 중요한 걸 놓쳤는지 모른다.
코로나 재확산, 변이 바이러스 억제에 달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공포가 지구촌을 덮치고 있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강한 데다 치명률은 훨씬 높아서다. 각국에서 신규 감염자가 다시 늘고 있는 것도 변이 때문이란 분석이다.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영국에서 출현했던 변이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가장 지배적인 종(種)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변이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미시간주에선 최근 들어 확진자 수가 하루평균 9000여 명으로 치솟았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2000명을 밑돌던 곳이다.
남미에선 변이 확산에 따라 사망자 수가 급증세다. 브라질에서는 하루 사망자가 처음 4000명을 넘어섰다. 베네수엘라 페루 등에서도 연일 확진자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남미의 변이 비중은 30~50%에 달한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
일본 보건당국도 지난주 도쿄도 내 일부 감염 의심자의 검체를 분석한 결과 30%에서 변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발 ‘E484K’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이런 변이가 간사이 지역에선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곳 확진자 수는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이다.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