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재산을 텃밭처럼 사용…악취 등 민원도 제기
농사 주민 "빈땅 맡으면 자기구역"…인천경제청, 현실적으로 제재 힘들어
송도국제도시 수년째 불법 경작에도 지자체 '나 몰라라'
봄철을 맞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빈 땅 곳곳을 무단 경작하는 '불법 농사'가 판치고 있다.

무분별하게 조성된 텃밭 주변으로는 농업용 폐기물이 방치되고 악취 문제로 민원까지 발생하고 있으나 관리 당국의 대응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공원 옆 부지에는 10개 이상의 크고 작은 텃밭에서 파릇한 쪽파와 마늘 줄기, 시금치 등이 자라고 있다.

텃밭에는 각 구역을 나누는 쇠 막대기와 울타리가 어지럽게 설치돼 있었고 일부에는 햇빛을 피하기 위한 그늘막이 흉물스럽게 자리 잡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올해로 3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며 "여기서 농사짓는 사람 중에는 송도 말고도 외지에서 오가며 텃밭을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땅을 이용하려면 어디로 문의해야 하냐는 질문에 "따로 허가받는 것은 아니고 소일거리일 뿐"이라며 "한번 쭉 둘러보고 비어 있는 땅을 맡아 자기 구역으로 삼으면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송도국제도시 수년째 불법 경작에도 지자체 '나 몰라라'
아파트 단지 바로 길 건너편에서 무분별한 경작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 일대에는 '불법 경작 및 불법 야영 금지' 내용이 적힌 펼침막이 곳곳에 게재돼 있었으나 한쪽으로 텐트 2개가 보란 듯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 텐트는 근처에서 텃밭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설치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보니 남녀 4∼5명이 각자의 텃밭을 일구느라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텃밭 주변으로는 비닐과 물통, 비료 포대 등 농업용 폐기물이 뒹굴었다.

이곳에 있던 한 주민 역시 "따로 허가를 받고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대신 쓰레기들은 깨끗하게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송도국제도시에서 이뤄지는 경작은 관리 당국에서 운영하는 일부 텃밭용 부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불법 행위로 간주한다.

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송도국제도시 부지는 일반적으로 인천시 산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관리하는 공유재산으로 분류된다.

송도국제도시 수년째 불법 경작에도 지자체 '나 몰라라'
인천경제청 소유의 토지를 무단 경작이나 점용할 경우 공유재산법에 근거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불법 경작 행위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악취를 유발한다는 민원에도 적극적인 행정 조치는 하지 못하고 있다.

불법 경작지가 산발적으로 조성돼 농사 주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확인하더라도 경작물 소유권은 주민들에게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리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송도국제도시에서는 수년째 불법 경작이 되풀이되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개발이 예정돼 있지 않은 이상 이미 경작된 땅을 없애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면서 "불법 경작 금지를 안내하는 펼침막을 걸거나 꽃과 나무를 심어 방치된 나대지가 아니라는 것을 최대한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도국제도시 수년째 불법 경작에도 지자체 '나 몰라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