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지난해 6월 출범 이후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법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디지털 뉴딜’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ICT 홀대’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대 국회 ICT 법안 처리 0건…말뿐인 '디지털 뉴딜'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ICT 관련 법안을 다루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는 이날 현재 총 266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21대 국회 들어 본회의를 통과한 과방위 소관 법안은 36건에 불과하다. 통과한 법안 중에서 ICT 관련 법안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원자력 안전이나 기초 과학기술, 기후변화 대응, 방송 등 관련 법안이었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 정책을 위해 발의한 ‘디지털 전환 3법’(디지털집현전법, 디지털포용법, 데이터기본법)은 모두 과방위에 계류돼 있다. 국가지식정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플랫폼(디지털집현전)을 구축하거나 데이터산업 발전의 기반을 조성하는 등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 육성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이렇다 할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법안은 OTT 사업자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지정해 예산 등 지원 근거를 확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법안은 모두 네 건이 발의됐으나 한 건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인공지능기술 기본법 제정안은 AI 기술에 대한 재정 지원 등 내용을, 인공지능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AI 기본계획 수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주파수 재할당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전파법 개정안도 처리되지 않고 있다.

경제계에선 ICT 법안이 각종 ‘선거용 법안’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디지털집현전 구축 온라인 정책간담회’에서 “디지털집현전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월 임시국회에서 디지털 3법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등에 밀려 처리되지 못했다. 여야 지도부가 당장 선거 득표에 유리한 법안에만 관심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과방위도 ‘가짜 뉴스’ ‘방송 지배구조 개편’ 등 여야 간 이견이 큰 사안에만 집중하다보니 ICT 발전을 위한 법안 처리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에도 합의를 보지 못해 1월 4기 방심위가 종료된 이후 아직까지 5기 방심위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 추진을 위해 ICT 관련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년까지 국비 44조8000억원을 비롯해 58조2000억원을 디지털 뉴딜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제·사회 전반을 디지털화함으로써 약 9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ICT 법안들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돼야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뉴딜정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