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상처에 대한 공감과 치유…'빛고을 광주' 예술로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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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내달 9일까지 주 전시관 外 옛 국군광주병원 등에서
회화·설치·영상 등 40개국 69명 작품 450여점 선보여
내달 9일까지 주 전시관 外 옛 국군광주병원 등에서
회화·설치·영상 등 40개국 69명 작품 450여점 선보여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던 광주비엔날레는 코로나19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해를 넘겨 열렸다. 공동 예술감독인 데프네 아야스와 나타샤 진발라가 기획한 전시 주제는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마음의 범위를 예술적·이론적으로 확장해 폭넓게 탐구한다는 취지에 전시장 곳곳에는 페미니즘, 샤머니즘, 생태주의 등 대안적 담론이 등장한다. 인도, 필리핀, 칠레, 북유럽 소수민족 등 다양한 문화권이 품고 있는 역사적 상처는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인 광주에서 만나 공감과 치유의 울림으로 공명한다.
인도네시아 작가 티모테우스 앙가완 쿠스노의 설치작품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도 눈길을 끈다. 은은한 조명 아래 하얀 천이 뒤덮인 채 놓여 있는 호랑이 사체를 까마귀 떼가 맴돌고 있다. 시신을 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죽음을 애도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국 문화에서 호랑이는 길하고 강한 동물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부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한다. 광주비엔날레 관계자는 “지역적 맥락에서 호랑이를 약자를 상징하는 존재로 활용한 점이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군부 독재를 직설적으로 비판해온 민중미술 1세대 이상호와 칠레 독재정권을 비판해온 세실리아 비쿠냐의 작품은 서로 마주보며 배치돼 있다. 각국의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듯하다. 발광다이오드(LED)로 춤추듯 휘날리는 치맛자락을 표현한 릴리안 린의 ‘전기신부’는 모계사회의 미래를 그렸다는 설명이다.
이곳의 예배 공간이었던 장소는 일본 작가 시오타 지하루가 검은 실과 낱장의 성경으로 엮은 작품으로 새로 태어났다. 9개 언어로 번역된 성경은 낡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볕과 만나 따스한 위로를 전한다. 이불이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오바드V’는 비무장지대 감시 초소에서 나온 철조망으로 만든 구조물이다. 임민욱의 ‘채의진과 천 개의 지팡이’는 세월의 손때가 묻은 지팡이들을 통해 역사 속 희생자를 기억하고 상처의 치유를 기원한다.

광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