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 불법·꼼수 운영…잇따른 사건에 교육청·지자체 미온적 조처 도마
"교육시설 사각지대 있을 수 없어"…해체 수준 개혁해야 '여론'
무늬만 서당…'엽기폭력·성추행' 관리·감독 부재가 키웠다
경남 하동 서당에서 발생한 엽기적인 폭행 사건은 서당의 꼼수 기숙사 운영과 관리·감독 기관 부재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교육 당국의 미온적 조처 때문에 사건이 되풀이된다고 말했다.

31일 기준 하동 청암면 일대에는 '○○ 인성학교', '○○서원' 등의 상호를 사용하는 서당 8곳이 운영 중이다.

2곳은 미인가 시설이다.

나머지 6곳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 따라 '개인과외 교습'이나 '학원'으로 등록해 1년에 몇 차례씩 교육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문제는 서당이 기숙사 건물을 '학원' 등으로 신고하지 않아 교육 당국 감독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점이다.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서당 내 성폭행 사건 뒤 우리가 직접 개입하려 했지만, 일부 시설만 학원으로 등록을 하는 등 방법으로 우리 지도·감독을 피하려는 꼼수를 썼다"고 설명했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도 "현행법상 초·중·고교생은 학교 기숙사를 제외한 시설에서 24시간 기숙이 불가하기 때문에 서당이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지자체에서도 서당에 대한 시설관리 주체가 아니라며 외면하고 있는 점도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하동군은 최근 지역 내 잇따른 서당 폭력 사건에 대해 "문제가 된 2개 서당은 학원법상 각각 '학원' 및 '개인과외교습자'에 해당하는 곳으로 관리 주체는 교육청"이라며 해명에만 급급했다.

무늬만 서당…'엽기폭력·성추행' 관리·감독 부재가 키웠다
폭행 사건뿐 아니라 서당에서는 끔찍한 사건 등이 잊을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2008년 10월 하동지역 한 서당 훈장은 독서·예절 교육을 받던 여학생을 상대로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져 말썽을 빚었다.

피해 학생은 담임교사에 사실을 알렸지만, 학교 측은 "만취 상태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훈장 말에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당시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경남교육청과 하동교육지원청은 해당 학교에 성폭력 피해방지 교육을 지시하는 데 그치는 미온적인 조처만 했다.

2012년∼2016년에는 A(당시 48세·서당 운영)씨가 제자들을 회초리로 폭행한 혐의(상습아동학대 등)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비슷한 시기 다른 서당에서는 남학생이 여학생을 성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황옥경 서울신학대학교 보육학과 교수는 "서당도 다른 교육기관처럼 학생을 위해 올바르고 안전하게 가르치고 있는지 확인받을 필요가 있다"며 "외국의 경우 교육시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는 찾기 드물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에는 '서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누리꾼 요구도 빗발쳤다.

무늬만 서당…'엽기폭력·성추행' 관리·감독 부재가 키웠다
자녀의 휴대전화 중독 때문에 서당을 보냈다는 한 40대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서당 홈페이지만 보면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아이가 치료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돌아온 것은 교사, 동료들의 끔찍한 폭언, 군기 잡기 등이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계 당국이 해제 수준으로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개혁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서당에서 학우에게 폭행을 당한 한 학생의 고소장을 접수하는 대로 최근 불거진 서당 의혹에 대해 광범위하게 사건 전반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