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가까운 샤먼서 열려…중, 정치적 효과 노리며 한미 밀착 견제 가능성
북핵·시진핑 방한·미중관계 등 의제…전용기편으로 내달 2일 출국
정의용-中왕이 내달 3일 중국서 만난다…미중갈등 논의 주목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내달 3일 중국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만난다.

최근 미국이 대(對)중국 견제를 위해 주요 동맹인 한국을 끌어들이려 하고 중국은 북한과 밀착하며 '반미 연대'를 구축하려는 상황에서 미중갈등 등에 대해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정 장관은 내달 3일 중국 푸젠성 샤먼(廈門)에서 왕이 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한다고 외교부가 31일 밝혔다.

지난달 9일 취임한 정 장관의 첫 해외 출장으로, 왕 부장은 지난달 16일 통화에서 정 장관을 초청했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지난해 11월 26일 서울에서 열린 이후 4개월여만이다.

양 장관은 회담에서 북핵·북한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는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미세먼지 절감을 위한 협력 방안, 내년 수교 30주년 기념행사 등 양자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추진하기로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도 또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최근 인권, 기술, 무역 등 여러 영역에서 충돌하는 미중관계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있을지 주목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역·국제 현안 협력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미중관계에 관한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중국이 민주주의와 인권 등 한미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에 도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한미가 중국에 맞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바 있다.

이번 회담은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열린 지 2주 남짓 만에 개최되는 것으로, 왕 부장이 한미가 너무 밀착하지 않도록 견제하려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대만과 가까운 샤먼에서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열리는 것을 두고 중국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과 긴장관계인 대만은 물론 '중국이 대만의 민주주의를 약화하고 있다'고 압박해 온 미국에 '한중 협력' 분위기를 연출해 보여주기 위해 샤먼에서 회담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방역 상황과 양 장관의 일정, 항공 노선의 제약 등 포괄적으로 양자 협의를 해서 (방문도시를) 정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베이징에는 외빈을 받지 않는 데다 왕 부장이 해외 순방에서 돌아와 격리하는 도시가 샤먼이어서 회담장으로 정해졌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는 의미다.

한편 정 장관은 내달 2일 정부 전용기 편으로 출국한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아닌 외교장관의 출장에 전용기가 동원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