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사후지원(AS)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걱정도 됐는데 막상 이용해보니 생각보단 편리하던데요?영국 가전업체 다이슨 무선청소기를 1년간 이용했던 40대 A씨는 최근 처음으로 제품 AS를 맡겨본 후기를 이같이 밝혔다. A씨는 회사 측과 카카오톡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센터를 방문하지 않고도 택배만으로 AS를 진행해 열흘 안에 제품을 고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해외기업들이 최근 들어 AS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외국기업 제품은 브랜드 파워는 있지만 AS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기존 국내 소비자 인식을 바꿔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삼성, LG 등 국내 제조사들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8년 한국에 지사를 처음 설립한 다이슨은 현재 △전문가 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 센터 1곳 △다이슨 전문 서비스 센터 7곳 등을 포함해 전국에서 총 64곳의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다이슨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AS 서비스에 대해 지적을 지속 받아 왔다. 국내 시장에서 무선청소기 대중화를 이끌었지만, 판매량 대비 전국 서비스센터가 턱 없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어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보면 제품 부품 수급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장기간 기다려야 했다는 소비자들의 후기도 자주 눈에 띄었다. 다만 "원활한 AS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것이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인 부분을 이해하고 있고, AS개선을 우선순위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는 게 다이슨의 설명이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서비스 센터 수를 크게 늘렸고 다양한 AS 서비스를 시행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다이슨은 2년의 보증 기간 동안 제품 수리를 맡기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72시간 이내에 제품을 수리하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직접 소비자를 방문하는 픽업 서비스와 택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다이슨 관계자는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제품 수거 박스 제공과 함께 수리 기간 동안 제품을 대여해준다"며 "고객들이 서비스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 입고부터 출고까지 관련 영상 및 정보를 카카오톡으로 발송한다"고 설명했다.
외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한국 시장에서 AS를 강화하고 있다.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경쟁에서 살아남은 애플은 2019년부터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실시한 사설 휴대폰 수리점에도 정품 부품과 장비를 제공하는 '개별 수리 서비스 제공업체 프로그램'을 한국에서도 시행키로 했다.
애플의 AS센터 개수는 지난해 기준 92개로, 삼성전자(178개), LG전자(171개)의 절반에 그쳤지만, 이번 프로그램 시행으로 국내 사설 휴대폰 수리점에서도 애플 정품 부품과 도구, 수리 매뉴얼 및 진단 시스템 등을 이용해 애플 제품 수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주 후반부터 이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가까운 곳에 공인 서비스 업체가 없어서 불편을 겪었던 일부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애플코리아는 아이폰을 사설 업체에서 수리한 기록만 있어도 보증 기간 내 부품에 대한 리퍼나 수리를 해주지 않았다. 이와 함께 애플코리아는 이동통신사들에 대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행위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제출한 시정방안 및 상생방안 중 하나로 △보험 상품 '애플케어 플러스' 10% 할인 제공 및 기존 구매자엔 10% 환급 △애플 공인서비스센터 및 이통사 서비스센터서 아이폰 수리시 10% 할인 등을 진행키로 했다.
최근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레드미 노트10' 시리즈를 통해 국내 시장에 재진출한 샤오미는 전국 23곳 SK네트웍스 서비스 공식 AS지점에서 스마트폰을 수리할 수 있도록 AS 지점 수를 확대했다.
실제 해외업체들이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판매처를 확대하고 AS 지원을 늘리자 수요가 증가한 사례도 있다. 그간 국내 노트북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놀이터'라고 불릴 정도로 국내 기업들이 강세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에이수스와 레노버 등을 필두로 외산 업체의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 에이수스는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41개의 AS 센터와 최대 3년까지 보증 기간 연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한 해외브랜드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원래부터 토종 브랜드 수요가 높았지만 최근 들어 이들의 입지가 더 공고해지는 모양새"라며 "코로나19로 가전 및 전자제품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외산업체들의 AS 확대 등은 한국 소비자를 공략하려는 전략 중 하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