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이상반응 있으면 의사소견서 없이 이틀까지 사용 가능 전문가 "접종 장애물 없앤 조치…자영업-일용직 지원책도 필요"
내달부터 만 75세 이상 고령층을 시작으로 일반인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이상반응 접종자를 위한 '백신 휴가제'를 도입해 향후 접종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백신 휴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사실상 휴가 사용이 힘든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성도 제기했다.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난 접종자는 별도의 의사 소견서나 진단서 없이 신청만으로도 휴가를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접종 후 10∼12시간 이내에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 접종 다음 날 하루 휴가를 쓰고, 만약 이상반응이 있을 때는 하루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보통의 이상반응은 2일 이내에 호전되는 만큼 그 이상 이상반응이 지속될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는 접종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내달 첫째 주부터 접종이 시작되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와 보건교사, 6월 접종을 앞둔 경찰·소방·군인 등 사회필수인력은 물론 항공 승무원 등 민간 부문에서도 백신 휴가가 시행될 전망이다.
사회복지시설에서는 병가, 유급휴가, 업무배제 등의 조치를 통해 소속 종사자들에게 휴가를 부여하게 된다.
사회필수인력은 관계 부처의 복무규정에 따라 병가가 적용된다.
이미 접종이 진행 중인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의 경우 관련 협회와의 논의를 거쳐 휴가 사용을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접종 당일에도 접종에 필요한 시간에 대해서는 공가·유급휴가 등을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접종자 전원에 대한 의무 휴가가 아니라 권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은 상대적으로 백신 휴가 시행이 어렵지 않지만, 민간기업이나 자영업·소상공인의 경우 사실상 휴가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기업 등 민간 부문의 동참 폭이 백신 휴가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민간 부문에 대해서는 임금 손실이 없도록 별도의 유급휴가를 주거나 병가 제도가 있을 경우 이를 활용하도록 권고·지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관계 부처를 통해 각 사업장에 대응지침을 배포하거나 경제단체 및 주요 업종별 협회에 협조를 당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백신 휴가를 의무화하지 않은 데 대해선 오히려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백신 휴가를 사용할 인원은 (전체 접종자 중 심한 이상반응이 나타난) 1∼2%보다는 높고 (일반적인 불편감을 호소한) 30%보다는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중 심한 이상반응이 나타난 경우에 적극적으로 휴가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정규직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나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주부 등에 대해서는 휴가를 부여할 방법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며 "현 상황에서 의무 휴가를 적용하면 오히려 (직업·업종별)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휴가 제도가 접종률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사각지대 노동자를 위한 지원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힘든 사람들이 진단서 없이도 병가를 사용하고, 또 예방 접종으로 시간을 비워야 하는 경우에는 쉽게 연차나 공가를 쓸 수 있도록 풀어준 것"이라며 "의료기관, 요양병원·시설 종사자 등이 좀 더 쉽게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물리적인 장애물을 없애준 조치"라고 평가했다.
기 교수는 다만 "(백신 휴가는) 결국 직장인들에게 해당하는 제도"라며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일용직 노동자 등 국가에서 백신 휴가를 줄 수 없는 경우에는 정부가 최저임금으로 하루 일당을 지급하는 등의 지원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접종의 '걸림돌'에는 물리적인 장애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장애도 크다"며 "여전히 황당한 가짜뉴스가 나오고 있고, 백신 접종이 보편화된 방법인데도 쉽게 호도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접종에 대한 불신을 줄이기 위한 소통 방안도 더 찾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