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순항→탄도미사일로 압박 가중하면서도 김정은 불참, 대미 언급 없어
바이든, 경고 속 "외교에 대한 준비" 언급…유엔안보리 아닌 대북제재위 소집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북미관계가 표면적으로는 긴장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양국 모두 신중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북한은 26일 전날 있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보도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참했다고 알리는가 하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대북 경고메시지를 내면서도 비핵화를 전제로 대북 외교 준비가 돼 있음을 밝히는 등 양국 모두 여지는 남겼다.
탄도미사일發 갈등에도 북미 둘다 수위조절…여지 남겼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방과학원이 3월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날 오전 한미일이 포착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식 확인한 발언이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무력 도발이지만, 북한은 신중하게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전술유도무기 시범 사격에 참관했고 같은 달 4차례에 걸쳐 전선 장거리포병대 훈련과 포병부대 사격 대항 경기를 지도했지만, 이번 미사일 발사 현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국이나 남한에 대한 직접 언급도 없었다.

이날 시험발사를 지도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조선반도(한반도)에 존재하는 각종 군사적 위협"만 언급해 우회적으로 미국과 남측을 겨냥한 데 그쳤다.

북미 갈등이 고조되던 2017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참관한 김 위원장이 직접 "미국이 감당하지 못할 핵 반격을 가할 수 있는 군사적 공격 능력을 계속 질적으로 다지며 곧바로 질주해나가야 한다"고 언급했고, 북한 매체에서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사정권으로 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오히려 북한 매체는 이날 미사일 시험발사의 한 배경으로 8차 당대회에서 목표로 내건 국방과학정책을 내세웠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이번 발사를 "노동당의 국방 구상에 따르는 전술무기체계 개발"이라며 국방기술력 강화와 당대회 결정에 따른 사항으로 한정 지었다.

김성배 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사일 발사의 의미를 전략·기술·정치적으로 나눠 보면 가장 큰 것은 기술적 의미"라며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 우리 (군)보다 떨어지는 부분은 고체연료 쪽이며, 수년 전부터 여기에 집중해 개발했으니 테스트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도미사일發 갈등에도 북미 둘다 수위조절…여지 남겼다
미국은 입으로 대북 경고를 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그들(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대응이 있을 것이다.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동시에 "나는 또한 일정한 형태의 외교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이는 비핵화라는 최종 결과 위에 조건한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에도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회의 소집을 요청했으나, 26일 열리는 것은 안보리 회의가 아닌 대북제재위 회의다.

지난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당시에는 유럽의 요구로 안보리 회의를 열었다.

대사급들이 직접 참석하는 안보리 공식회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위가 낮은 외교관이 모이는 제재위 회의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연합훈련과 미국의 인권 문제 압박 등으로 북한이 탄도미사일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곧장 '끝장대결'로 치닫는 것은 서로 꺼리면서 북미가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한미연합훈련 중단하라고 했는데 진행됐고, 말레이시아의 북한인 미국 인도, 블링컨 국무장관의 인권 비판 등으로 북한이 존재감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북한의 '수세적 도발'이자 북미 신경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로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과제 중 우선순위를 차지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최상의 외교 정책 과제'라고 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위기를 평가하는 방식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간 바이든 정부는 이란 핵문제와 기후변화, 동맹 회복 등을 주로 언급해와 북한이 정책과제 가운데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속해왔다.
탄도미사일發 갈등에도 북미 둘다 수위조절…여지 남겼다
다만, 미국의 대응이 북한의 도발에 불을 붙이면서 '강대강'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남아있다.

김 위원장은 8차 당대회에서 미국을 향해 '선대선·강대강' 대응을 선언했고 최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대미 담화를 통해서도 이를 재강조했다.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의 국방력 강화 천명을 빌미로 신무기 시험을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당대회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은 물론 핵잠수함·수중발사핵전략무기 보유,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핵무기 소형화, 1만5천㎞ 사정권 내 타격 명중률 제고 등을 과업으로 내세운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