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의 운영 방식과 업무 내용 등을 담은 경기도 조례안에 대해 경찰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자치경찰 노예안", "독소 조항"이라는 등의 노골적인 비판까지 나왔다.
26일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경기도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제정안'이 지난 19일 입법예고됐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자치경찰위원회에서 자치경찰의 지휘·감독 등을 하게 되는데, 이 위원회의 운영 방식에 대해 가장 큰 논란이 일었다.
공개된 조례안을 보면 생활안전·교통·경비 등 자치경찰사무의 구체적인 사항과 범위를 정할 때 '경기남·북부청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돼 있다.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표현된 부분이 국가경찰의 의견 청취를 생략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협의해야 한다'가 아닌 '들을 수 있다'는 말은 경찰조직 의견을 '패싱'(열외 취급)하겠다는 뜻"이라면서 "반드시 수정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서 조례안에 이런 표현을 썼다가, 경찰의 강한 반발이 잇따르자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로 수정해 가결했다.
자치경찰사무의 감사와 관련해서 '도지사에게 인력 파견 등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지자체의 과도한 개입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역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업무 등을 주로 담당할 자치경찰에게 현장 출동이나 사건 처리가 아닌 행정·홍보·예방교육 등의 의무를 늘린 점도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경찰 내부망 게시판에는 "경기도 자치경찰 조례안이야말로 진짜 자치경찰 노예안이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고양경찰서 직장협의회 간사 손태정 경장은 "빨리 출동하고 범죄자를 잡아야 하는 직원 수는 줄어들고, 사무실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직원만 늘어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갈 것"이라며 "경기도는 행정업무를 사법경찰에게 떠넘기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취지에 공감한 경찰관들의 탄원서가 전날 하루 손 경장에게 90여장이나 전달됐다.
조항 내용이 포괄적으로 규정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예컨대 '112 신고 처리' 항목 중 '풍속영업, 기타경범, 주취자 등 지역 질서유지 관련 신고 처리'라고 돼 있어, '주취자'는 범죄자가 아님에도 형사 처벌 위험 소지가 있게끔 규정됐다는 식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직장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민들의 치안 복지에 대한 문제인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조례안이 만들어져선 안 된다"며 "입법예고 전에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고, 이제라도 현장 경찰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기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