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전문직 비전문직 혼재되어 있는 조직을 살리려면
“조직 내 전문직과 비전문직이 함께 근무할 때 비전문직은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요? 거기에다 조직의 리더라면?” 모 임원의 이야기다. 그는 신설 본부 책임자로 승진하면서 자신이 그동안 맡아왔던 인사, 역량개발, 노사 분야가 아닌 통계 및 정보화 업무를 맡았다고 했다. 여러 본부에 나누어져 있던 업무를 이번에 통합하여 출범했다. 여기에 통계분야의 조사팀과 분석팀 간에 협업도 안 되고 있은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통계 업무가 더욱 중요시되면서 임원회의 시 통계 보고를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데, 이 분야 전공과 실무를 하지 않은 자신을 부하직원들이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부하 직원들은 통계는 전문분야이니 본부장님은 그냥 저희 전문가가 작성해준 통계를 발표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것이 인사권자가 자신을 이 신설조직에 임명한 이유는 아닐 텐데 하면서 “무언가 혁신을 하라고 보낸 것이 분명한데 전문가가 아니니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짚어볼 것이 있다. 우선은 우리 조직의 미션 즉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업무의 고객인 최종 사용자는 누구인가? 그들이 원하는 산출물은 무엇인가? 이를 통해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통계, 정보화 등 다소 이질적인 업무라 할지라도 하나의 조직으로 성과를 내려면 거대한 한 팀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계직, 전산직, 일반직 등 다양한 구성원을 어떻게 한 팀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들의 존재감을 인정하고 조직의 목표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본인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있다. 내 중심이 아닌 상대방 중심으로 생각하면 길이 보이게 된다. 여기서 관점의 시프트가 필요하다. 내 중심이 아닌 구성원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를 찾는 것이다. 리더는 그것을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와 일치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때 책임자로서 “나는 직원들의 성장과 성취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스스로 자문하고 필요시 구성원들에게 진솔하게 물어야 한다.

  팀워크란 리더에게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팀에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구성원 전체에 이익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직의 안정을 이루어야 한다. 서로의 애로사항과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자연스럽게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리더가 할 환경 조성이다. 그러면 내가 또는 내 부서가 상대방이나 상대방 부서를 어떻게 도울지 방법도 찾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가 하나의 거대한 팀으로 성공하는 조직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리더로서 업무에 최종 책임이 있기 때문에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맥락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실무적인 내용은 직원들에게 위임하더라도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 부하직원들이 어떤 이슈나 분석 내용을 보고하러 왔을 때 어설피 아는 체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전후 맥락을 질문하고 배워야 한다. 공자도 ‘아랫사람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不恥下問)’고 했지 않은가? 부하에게 배우려는 솔직한 모습이 곧 그들의 마음까지도 얻게 한다.

  한편 통계업무의 조사팀과 분석팀이 서로 호흡이 맞지 않는다면 먼저 융합의 방법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팀 빌딩도 좋은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서 이기주의에 빠져 자신의 이익과 주장만을 되풀이한다면 과감하게 팀장을 상호 교체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면 자신이 주장했던 논리를 상대방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리더가 원하는 두 팀 전체를 보게 하는 방법이다.

  위의 사례는 통계직, 전산직, 행정직 간의 나타나는 어려움이다. 기술직, 특수직까지 포함한 다양한 직종이 혼재되어 있는 조직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관점을 바꿔 오히려 이질적인 직종의 구성원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도록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집단지성으로 구성원의 새로운 생각을 혁신의 관점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다. 구성원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리더의 성품과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한 리더의 역량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김영헌 /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