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대 역 연기한 변요한
"'자산어보' 큰 울림, 참으려 했지만 울었다"
"데뷔 10주년, 잘 버텨서 또 좋은 작품 만나고파"
배우 변요한은 일찍부터 독립 영화계 스타였다. 드라마 '미생'으로 매체 연기를 시작해 '육룡이 나르샤', '미스터 선샤인', 영화 '소셜포비아',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까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다양한 얼굴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를 통해서다.
변요한은 '자산어보'를 본 후 뜨겁게 눈물을 흘렸다. 지난 23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를 보며 눈물을 참으려고 했다. 여러가지 기억들이 떠오르며 감사하다는 눈물이었다"고 털어놨다.그는 "촬영 후 오랜 시간이 지나 봤기에 감사함이 들었다. 정말 좋은 영화라는 걸 제게도 큰 울림이 있어서 슬픔을 참으려 했지만 흘려버렸다. 여운이 아주 깊었다"고 밝혔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과 바다를 떠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는 이야기다. 이준익 감독의 전작 '동주'에 이어 흑백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조선시대의 색채는 덜어내고, 담백하게 흑백으로 담아 인물의 감정, 표정을 정직하게 그려내며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영상으로 깊은 몰입감을 전한다.
변요한은 흑백 영화는 일종의 도전이었다고 했다. "흑백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감사함을 느꼈다. 흑백이 어떨까라는 궁금증도 있었고, 톤에 맞게 감정이 잘 실리기 위해 연구를 해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흑백은 배우의 목소리, 눈, 형태로만 연기를 하고 표현을 해야했기에 무엇이 더 옳게 바르게 담길 것인지 고민했다. 조금은 서툴더라도 진실되게 하고 싶었다. 사투리도 구사해야하고 생물 손질도 했어야 했다.그런 것은 어려운 과정은 아니었다. 든든한 선배들이 계셨기에 어렵지 않고 즐겁게 촬영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영화에서 정약전은 민중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어류학서 자산어보를 집필하기 위해 창대에게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고, 창대는 정약전과의 만남을 통해 식견을 넓히고 성장한다. 변요한은 흑산도 토박이 청년 창대 역을 연기했다. 그는 전라도 사투리, 생선 손질, 수영 등을 연습해 완벽한 흑산도 섬 청년의 모습으로 분했다.
창대는 어린시절부터 밥 먹듯 해온 물질로 바다 생물, 물고기가는 길은 누구보다 잘 아는 어부이지만 최대 관심사는 글 공부다. 제대로 된 스승 없이 홀로 글 공부를 하다 한계를 느끼고, 유배 온 정약전을 만나 세상에 눈을 뜬다.
변요한은 시나리오를 본 후 창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지만 막상 연기하려고 보니 막막한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연기적 표현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시대 창대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떠한 마음으로 학문에 대한 갈증을 느낄까라는 고민을 했다. 많은 선배들과 조합이 되어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변요한에 대해 "눈빛에서 '나는 창대'라는 것이 온전히 드러나는 순간들이 많았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신분, 가치관을 가진 정약전, 창대가 벗이 되는 과정은 새로운 재미와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변요한에게 '자산어보'는 놀이터였다. 그는 "굉장히 자유롭게 잘 놀았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이 감독의 칭찬에 대해서도 쑥스러워 하더니 "배우로서 그만큼 기쁜 칭찬은 없는 것 같다. 너무 감사드린다. 사실 감독이 다 하신거다. 저는 상상력, 몸뚱이로 움직인 것 같다. 결과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기에 고맙다"고 인사했다.
'자산어보'는 변요한에게 '뜨거움'이기도 하다. 그는 "창대도 뜨겁지만 흑산 주민도 뜨겁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웃음이 끊기지 않고 묘하게 복합적인 감정이 보여진다. 결국 약전과 창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마을 주민들이 '벗'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다 여운을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매번 연기적 호평을 받아온 변요한이지만 그는 늘 고민이다. "연기는 늘 목마르다. 작품 안에서 누군가의 희로애락을 표현해야 하는데 내가 어디까지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순간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고민들도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은 변요한은 지난 2년간 휴식기를 가지며 스스로를 돌아봤다고 했다. 그는 "'여보세요'라는 말을 하기 힘들 정도로 말을 더듬고 그랬다. 아직도 100% 사라진 건 아니다. 처음에 연극을 접하며 대사를 외우고, 뱉고 감정을 느끼고 말이 술술 나오는 스스로를 보며 배우를 꿈꿨다. 지금도 많이 서툴고 부족하지만 연기할 때만은 정신 차리고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변요한은 '자산어보'의 관전포인트로 "흑백의 미학이 있고, 멋진 영화 안에서 자연을 볼 수 있다. 극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 관객들에게 위안과 공감, 큰 여운을 드릴 거라고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변요한은 자신에게 "잘 버텼다"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솔직히 이런 작품을 찍고 싶었다. 각 장면마다 여러번 고민하고 생각해야하는 작품 말이다. 감정 깊이 들어가는 작품을 만나 영광이다. SBS 라디오 출연을 위해 가는데 오디션을 보러 다녔을 때가 생각이 났다. 그때도 웃었는데 오늘도 웃었다. 잘 버텼다, 잘 하고 있다, 좋은 작품 만났네, 힘내자, 좋은 작품이 나오길 버텨보자, 그래서 필요한 사람이 되자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 '자산어보'는 오는 31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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