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1차 리더와 2차 리더의 차이
 “팀장에게 막혀 직원들과 소통이 어려워졌습니다. 제가 직접 팀원들과 일할 때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공기업 모 임원의 하소연이다. 요즘 소통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왜 팀장들이 소통의 벽이 되었을까? 소속 직원 입장에서 1차 리더와 2차 리더의 영향력 차이는 무엇일까?


  그는 자신이 1차 리더인 팀장일 때 직원들과 소통을 중요시했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면서 직원들과 재미있게 일했다고 했다. 지금은 정년퇴직을 앞둔 팀장들이 업무에 소극적이라고 한다. 그것이 직원들과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직 내 팀장들은 자기보다 연령이 높은 경우라고 했다. 과거에는 이런 상황이 드물었지만 최근엔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두 가지 관점을 고려해 봤으면 한다. 하나는 정년퇴직을 앞둔 팀장들은 왜 업무를 소극적으로 처리할까? 그들은 “새로운 업무는 제가 떠난 다음에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정년퇴직을 맞이하는 팀장이라고 해서 모두 업무에 소극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조직생활을 마감하면서 초심을 되새기며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마음이 크리라 생각한다. 그들의 조직생활 초심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퇴직 후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그저 큰 사고 없이 안전하게 퇴직하고 싶은 생각만 있을까? 아니면 자신이 조직에 몸담고 있을 때 이루어낸 도전적인 업무를 통해 함께 근무했던 동료, 직원들과 무용담을 나눌 수 있는 업무 성과를 만들고 싶을까?

  정년을 앞둔 팀장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당신을 팀장으로 성장하게 도와준 선배들을 떠올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조직 내에서 회자되는 말이 있다. “신입사원 시절 어떤 관리자를 만나 일을 배우느냐에 따라 직장생활 미래가 좌우된다.” 매우 의미심장한 말이다. 처음 조직 내에서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 리더로 성장하는 데에는 1차 리더인 팀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신입사원 시절 도전적인 과제를 주고 수행하도록 격려해준 관리자들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또 다른 임원의 좌우명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그는 조직생활이란 인사 명령지 종이 한 장에 부서를 옮기기도 하고 떠난다고 하면서 이런 말을 전했다. “오늘 떠날 듯이 준비하고, 영원히 남을 것처럼 일하자.” 그러면서 그는 늘 새로운 일을 찾아 추구하고, 변화가 필요할 때 소속 직원들에게 동력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이런 모습이 리더로서 진정한(?) 롤 모델이 아닐까?

  둘째는 젊은 직원들이 도전적인 업무수행을 통한 그들의 성취감을 느끼도록 어떻게 만들어 줄까? 하는 것이다. 이것이 팀장에게 막혀 있다면 어떤 돌파구가 있을까? 이때는 팀장과 직원인 실무자와 함께 미팅을 하는 게 효과적이다. 미팅을 통해 이 업무가 우리 조직에 얼마나 중요한지 이 시점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논의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팀장은 몰라도 젊은 실무자는 먼저 해보겠다고 나설 수 있다. 이때에 성급하게 지시하지 말고 대답을 기다려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중히 요청하는 것이 좋다.

  조직 내 소통에서 가장 기본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듣는 것이다. 상대방이 현재 어떤 상황이고 무엇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다음 함께 추구해야 할 과제가 상대방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소통 과정에서 1차 리더였을 때 직원들과 자연스러웠던 관계가 2차 리더의 경우 중간에 1차 리더가 있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동체 의식이다. 처해있는 상황에서 추진하고 있는 과제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진정으로 공유하는 일이다. 그것이 1차 리더, 2차 리더와 실무자 모두 <승리하는 모델> 이다.

 

<김영헌 / 경희대 겸임교수 /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