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방식에 따라 다른 어버이날 선물

요즘 KBS월드라디오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속 재외동포청취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코리아 매너클래스]내용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을 진행하면서 세계의 여러 문화권별로 매너는 다양하지만 세계공통으로 유일한 몇가지가 있음을 새삼 느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다.

박영실진행방송: KBS월드라디오 한민족네트워크 바로가기링크클릭


어버이날을 맞이해서 오늘은 부모님의 사랑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감사한 마음을 따뜻한 말이나 태도로 전달하는 경우도 있고 선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님께 어버이날을 맞이해서 어떤 선물을 받고 싶냐고 물으면 보통 어떻게 대답하나?
‘아무 선물도 필요 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굳이 줄려면 현금으로 달라’고 솔직하게 얘기하시는 분들도 계시다.의사소통 방식에 따라 다른 것이다.
전문용어로 ‘고맥락 의사소통’과 ‘저맥락 의사소통’이라고 구분 짓는다.
이런 의사소통은 우리나라 같은 집단주의문화권은 고맥락 의사소통을 주로 사용한다.
그리고 서양 같은 개인주의 문화권에서는 ‘저맥락 의사소통’을 많이 사용한다.


직설적인 저맥락 의사소통

저 맥락 의사소통이란 겉으로 표현된 내용 이면의 맥락 속에 숨은 뜻이 거의 없는 직설적인 의사소통이다. 반대로 고맥락 의사소통이란 겉으로 표현된 내용 이면에 숨은 뜻이 많은 의사소통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오늘 같은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어떤 선물을 받고 싶으신지 여쭈어 볼 경우를 보자.
‘아무 선물도 필요 없다. 너희가 건강한 게 선물이지’라고 대답하실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이 사실일까? 물론, 그런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선물 없이 어버이날을 그냥 넘긴다면
무척 서운해 하실 가능성이 크다.이처럼 우리나라 같은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윗사람이 ‘체면’ 때문에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눈치’로 그 맥락 안의 숨은 뜻을 잘 파악하라

혹시 오늘 부모님 말씀만 듣고 선물을 하지 않았다면 부모님께 따뜻한 카드 한장이라도 전해드리자. 여유가 된다면, 현금을 넣은 봉투선물도 늦지 않았다.
이도저도 여유가 안 된다면,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살가운 말 한마디라도 찐하게 해드리자.
사실, 부모 자식 간에 살가운 말 한마디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보통 굳이 말안해도 부모님은 내 마음을 안다고 한다.
또는 평소 안하던 행동하면 부모님이 더 걱정하신다고 핑계를 댄다.
이것이 바로 ‘셀프핸디캐핑’이라고 할 수 있다.
절대로, 더 걱정안하실테니 저를 믿고 한번 해보시길.



핑계의 다른 이름. 셀프 핸디캐핑

셀프 핸디캐핑이란 자신을 위한 방어본능이다.
핑계는 사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 장치란 연구결과가 있다.
심리학 용어로 셀프핸디캐핑이라고 하는데, 이는 불리한 결과가 나올 걸 대비해 미리 자신의 핸디캡을 정해놓는 것을 말한다.

옛말에 처녀가 아이를 낳아도 할 말이 있고 도둑질을 하다 걸려도 변명거리가 있다고 했다.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빠져나갈 이유가 있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이처럼 예나 지금이나 우리 주변에 핑계거리는 홍수처럼 넘쳐난다.
오늘은 비가 오니까 운동하러 가지 말아야지,
시험이 너무 어렵게 나와서 시험을 망친거지 공부를 안 해서가 아니라고 한다.
방이 좁아서 치워도 지저분한 걸 어떡해 등등도 다 같은 맥락, 즉 핑계다.

부모님께 따뜻한 감사의 말을 하는 것이 너무 쑥스러워 하기 어려우니까
부모님이 내가 평소 안하던 말을 하면 더 걱정하신다고 핑계를 대는 것이다.



우리 생활 속 핑계들

결국 핑계란 만일의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심리기제인 셈이다.
실제로 학창시절에 친구들이 “공부 많이 했어?” 라고 물으면, 곧이곧대로 “응 밤을 꼴딱 샜어” 라고 말하는 이는 드물다.

“공부는 무슨. 어제 드라마를 몇 편이나 봤는지 몰라. 왜 시험기간만 되면 드라마가 당기니?” 등등의 핑계를 대면서 한숨을 푹푹 내쉰다.
시험을 못 볼 걸 대비해 일부러 핑계를 늘어놓는 거다.
공부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못 보면, 우스운 꼴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머리가 나빠서 시험을 못 본 게 아니라 ‘순전히 공부를 안 했기 때문이야’란 그럴듯한 핑계를 대기 위해서.
노래방에 갈 때도 “나한테 마이크 주지 마. 한 오백 년만에 노래방 온 것 같아.”라고 상대의 기대치를 확 낮춰버린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셀프 핸디캐핑

그런 말 하는 친구가 반주가 시작됨과 동시에 소파 위로 올라가 펄쩍 뛰면서 마이크를 공중 부양하는 묘기를 부린다. 친구는 그저 혹시나 자신의 노래실력에 다른 이들이 감탄하지 않을까봐 미리 방어막을 쳐두는 것뿐이다.
이처럼 셀프핸디캐핑은 우리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해준다. 하지만 과하게 사용하면 곤란하다.
나이가 꽉 차도록 제대로 된 연애를 못 하는 경우
셀프핸디캐핑에 갇혀있어 그럴 때가 많다.

“연애를 하고 싶어도 맘에 드는 남자가 있어야지”
“이상형이 뭔데?”
“남자가 키는 좀 커야지. 180cm정도? 학벌도 딸리면 싫어.
스카이는 되어야 기가 안 죽지.
당연히 직업도 좋고 연봉도 높아야 결혼을 생각해보지 않겠어?
좋은 성격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이쯤이면 눈이 하늘 꼭대기에 닿아있다.
하지만 이렇게 눈이 높은 것 역시 셀프핸디캐핑이다.


셀프핸디캐핑의 부작용들

그런 완벽한 남자는 세상에 있지도 않거니와,
그런 남자를 만나려면 스스로도 완벽한 여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현재상황은 직시하지 않고, 턱없이 높은 이상형 핑계만 대고 있다.

결국 이런 기준을 스스로 내려놓지 않으면,
정작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짚어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지 않을까?
셀프핸디캐핑의 부작용이다.
어버이날을 맞이해서 오늘은 셀프핸디캐핑이란 새장에서 자유롭게 탈출한번 해보면 어떨까?
[박영실칼럼] 어버이날 선물은 필요없다= 현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