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白書, whitepaper)는 원래 정부가 특정 사안이나 주제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를 정리해 보고하는 책으로 영국 정부가 만들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의 표지를 하얀색으로 했던 데에서 명칭이 생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부 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연구소 등이 특정 주제에 대해서 연구 조사한 결과를 정리해 발표하는 문서에도 ‘백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서 보다 넓은 의미의 종합적인 조사 보고서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비슷한 말로 청서(青書, 푸른색 보고서)도 있는데, 이것은 영국 정부가 아닌 의회가 특정한 주제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정리해 보고하는 문서를 가리킨다.(위키피디아)

그러나 위와 같은 위키피디아의 백서에 대한 정의를 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들어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 진행하고자 하는 또는 개발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혹은 서비스의 개괄적인 설명을 담아 ICO를 위해 세상에 공개하는 서류를 백서라고 부르면서 지금은 오히려 ICO를 위한 문서라는 의미가 더 많이 쓰이는 듯 합니다

저희 회사도 다음주에는 백서가 정식으로 공개, 발표 됩니다.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 놨으나 정부의 규제안에 대한 방향이 혼란스럽고 실제로 ICO를 진행하고자 준비한 싱가폴의 정책 역시 최종 점검할 부분이 남아 일단 보류 중입니다.

자칫 섣불리 공개했다가 아무리 Draft라는 표현을 써서 공개했더라도 나중에 의미있는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경우, 기업과 프로젝트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까 조심스러워 공개를 늦추고 있습니다.

백서는 기본적으로 추구하고자, 또는 개발하고자 하는 블록체인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 혹은 구현하고자 하는 기술적인 모델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는 문서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공개된 대부분의 백서를 살펴보면 주제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모호하거나 심지어 도대체 무슨 사업,  혹은 무엇을 개발하겠다는 것인지 조차 모호한 백서가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나름 블록체인 관련 공부 좀 했다고 생각하는 저의 시각에서 볼 때, 도통 무슨 얘기인지 모를 정도의 엉성하고 뜬 구름 잡는 내용의 백서에 100억이 넘는 돈이 몰린 것을 보면서 정부가 투기판이라고 몰아붙여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백서는 추구하는 사업 목표나 개발하고자 하는 기술적인 내용이 명료하게 기재되어 있어야 합니다.

짧은 시간에 대충 공개된 백서, 혹은 인터넷을 뒤져 모양만 비슷하게 베끼고 흉내 내며 돈을 걷겠다고 나서는 것은 범죄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극 정성의 건전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수없이 많은 날들을 사업에 대해 고민하면서, 밤을 새워가며 공부하고, 수정하고, 바로잡아 부족한 면을 채워가며 만들어야 하는 것이 백서입니다.

더구나 하얀 종이에 시커먼 마음으로 허위 내용으로 기록된 백서는 白書가 아니라 黑書라고 불러도 할말이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백서는 정직하게 실현 가능성이 있게, 그리고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기본 정신을 가지고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듯 블록체인 신규 사업의 실행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관문이 백서의 작성입니다. 누군가는 백서만 만들면 ICO의 80%는 성공이라는 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제가 백서를 만들면서 느낀 점은 백서(白書 / Whitepaper)는 100서(百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소한 100번 이상의 수정과 업그레이드를 거쳐야 완성된다는 의미입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는 8개월에 걸쳐 150번 이상의 수정과 업그레이드를 거쳐 완성했습니다.

당신의 백서는 몇 번이나 업그레이드 하셨는지요?

신근영 한경닷컴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