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재계 신년사를 통해 본 HR의 방향
IGM 교수 홍석환

2일 국내 주요 그룹이 발표한 2018년 신년사에 공통적으로 담긴 키워드는 혁신(23회), 고객(21회), 변화(19회)이다. 매년 위기가 아닌 때가 없었지만, 올 해는 특히 여러 위험요소가 많다. 오죽하면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이 “한국의 유일한 경쟁력이 스피드인데, 국회가 그 장점을 와해한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20대 국회가 발의한 기업 법안 1000건 중 700건이 규제 법안이며, 이는 사회주의국가 중국보다 규제가 많다”고 개탄했겠는가.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수출 증가율이 4%대(지난해 15.8%)로 내려앉으리라는 우울한 예측을 내놓았다. 반도체가 주도하는 수출이 위축된다면 우리의 산업체력은 허약하기 그지 없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 북핵 문제, 최저임금 7,530원, OECD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저출산과 고령화, 한·미 FTA 재협상, 보호무역 확산, 세금과 노동시장 개혁 등 고려 요인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지속적인 성장을 해야만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키워드가 ‘성장’이 아닌 ‘생존’이며,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와 산업의 급격한 변화를 돌파하기 위해 혁신, 고객, 변화를 부르짖고 있다. 3대 키워드인 혁신, 고객, 변화의 관점에서 HR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키워드 1. 혁신과 변화
그 어느 해보다 보호무역 등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 탓인가? 삼성전자 등 국내 5대 그룹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혁신(23회)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은 “올해 세계 경제는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지난해의 성과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5대그룹의 총수들이 혁신을 위해 내놓은 해법은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에 따른 글로벌 기술과 근본적인 체질 변화(19회)이다.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는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 문화를 사내에 정착시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해야 하며, 그룹의 소프트파워 경쟁력과 인재 확보를 강조한다.

키워드 2. 고객
SNS의 영향력인가, 고객과 사회로부터 더 신뢰받고 사랑 받는 기업이 되어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이미지 쇄신에 고민하는 흔적이 많다.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크게 정도경영, 투명성 확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롯데 신동빈 회장은 “주변과 항상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존경 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경영 투명성을 갖추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사회적 가치 창출을 기반으로 경영 활동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HR은 무엇을 할 것인가?
산업 패러다임과 글로벌 경영환경의 변화를 임직원이 절박하게 느끼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매년 큰 폭의 적자를 내면서도 ‘내가 근무하는 동안은 회사는 안 망한다’는 생각으로 임금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하는 임직원의 의식 속에서는 혁신과 변화는 성공할 수 없다. 이렇게 가다가는 망할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를 이끌어온 근면 성실의 마음가짐과 자세로는 부족하다. 이들 가치가 기반이 되고 보다 창의적이고 협업과 공유를 통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만 한다. 근본적으로 생각과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사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조직, 인재, 제도, 그리고 문화의 근본적인 체질 전환이 필요하다. 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앉아 각자 담당 직무 중심의 일하는 방식에서 프로젝트 중심의 협업과 공유를 활성화하는 일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조직구조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전통 제조업의 생산조직이 아니라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한 회사의 하나의 조직형태와 기능식 조직구조는 한계가 있다. 교세라의 아메바 조직처럼 조직을 가능한 작게 쪼개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조직역량을 키워가야 한다. 조직별 R&R을 부여하고 1년 단위로 목표를 가져가는 것이 아닌 분기별 목표를 수립하고 실적을 점검해야 한다. 조직의 특성에 따라 조직의 형태도 다양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멤버가 결성되고 흩어지는 것이 당연하게 조직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인재의 선발과 유지관리의 변화이다. 혁신과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관리자 이상 경영층이 먼저 변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성공 경험이 현재와 미래 사업을 이끄는데 도움은 되지만, 불변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득권을 중심으로 안주해서는 더 더욱 곤란하다. 4차산업혁명시대 무엇이 바뀌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고민하고 공부하며 자신의 조직과 직무에 적용하여 선도해야 한다. 혁신과 변화를 두려워하고 피하는 것이 아닌 당연하다고 수용하며 이끌어야 할 사람이 바로 관리자 이상 경영자이다. 이들이 혁신과 변화의 선봉에 서야 한다. 예비관리자와 경영자의 선발과 육성에 대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배우지 못했다. 지금까지 모신 상사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이 전부다.”는 어느 신임임원의 말처럼 운영된다면 그 회사의 미래는 없다.
조직장의 역량 크기에 따라 조직과 직원의 경쟁력이 좌우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조직과 구성원 관리역량 강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핵심부서의 임직원에 대해서는 선발과 육성, 보상과 근무조건 등에 있어 별도 관리를 해야만 한다. 차별화된 기술의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차별은 당연하다.
셋째,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이다. HR은 직책과 직무 중심으로 채용, 평가, 보상, 경력개발, 승진제도 전부가 전환되어야 한다. 직무 특성에 따라 개인과 집단의 보상과 승진제도가 차별화되어야 한다. HR부서는 제도의 큰 방향과 정책을 담당하고 세부 운영은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에 따라 현업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가져가야 한다. 중견,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현업조직장과의 협의체를 통해 HR부서가 주관하되, 현업의 입장을 충분히 경청하고 실행해야 한다.
넷째, 문화적 측면에서의 대전환이다. 최근 주 35시간 근무제를 적용한 신세계그룹, 개방과 협업을 통한 사업의 유연성을 강조한 포스코, 사내 호칭을 ‘000님’으로 통일하는 등 혁신문화 5개안(수평적 호칭체계로 상호소통 증진, 형식보다 핵심에 집중하는 보고문화, 매일 감사가 넘치는 긍정문화,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나눔 문화, 일과 가정의 균형 발전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회식문화 개선)을 강조하는 LGU+ 등 많은 기업들이 사무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대대적 혁신이 없이는 이 위기를 타파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HR부서와 담당자들이 변해야 한다. 제도의 틀에서 벗어나 사업과 연계된 변화에 민감하고 전사적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해야만 한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