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산돌 키우기' 펴내…한강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

"글을 쓰는 한 살아 있고, 살아 있는 한 글을 쓸 것이다.

"
올해로 등단 55주년을 맞은 작가 한승원은 자신의 일생을 '숙명적 글쓰기'로 채워진 삶으로 표현한다.

글을 쓰는 행위가 살아 있는 이유이자 살아가는 원동력이면서 삶의 전부라는 의미인 셈이다.

글쓰기는 또 여든이 넘은 한승원에게 도(道)를 묻고 공부하고 깨우쳐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구도자처럼 고향 전남 장흥에 거처를 정하고 매일 글을 쓴다.

1980년 교직을 던지고 상경해 전업 소설가로 활동하다 1997년 귀향한 이후에도 창작에만 몰두해왔다.

그는 이처럼 글쓰기가 운명적 업이 된 저간의 사정을 이번 주 출간하는 자서전 '산돌 키우기'(문학동네)에서 자세히 밝힌다.

작가의 개인사, 창작 후기 외에도 우리 현대문학사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살아있는 한 쓸 것"…한승원이 말하는 '구도의 글쓰기'
한승원은 작가의 말에서 자서전을 쓰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라는 생명체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구에게 어떤 호혜를 입으며 성장하고, 언제 무슨 상처를 입었으며, 그것은 어떤 흉터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로, 무슨 색깔, 어떤 무늬와 결과 옹이들이 생성되고, 그것들이 내 성정과 사상과 삶의 역정을 어떻게 굴절시켜왔고 지금 어떤 자세로, 외계로의 먼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진술하기로 한다.

아마도 나의 마지막 진술이 될지도 모르는 이 책은 ('아라비안나이트'의 저술자가 그랬듯) 내가 이야기를 통해 삶의 빛을 얻고, 순전히 이야기의 힘으로 살아왔음을 증명해주는 것일 터이다.

"
한승원의 딸인 소설가 한강은 추천사에서 "어린 시절 나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어떤 경우에도 문학을 삶 앞에 두지 않겠다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반짝이는 석영 같은 이 페이지들 사이를 서성이고 미끄러지며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한승원은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목선'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다산', '아제아제바라아제', '아버지를 위하여', '초의', '흑산도 하늘길', '원효', 소설집 '안개 바다', '새터말 사람들', '해변의 길손', 시집 '열애 일기', '노을 아래서 파도를 줍다' 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미국 기리야마 환태평양 도서상, 한국불교문학상 등을 받았다.

"살아있는 한 쓸 것"…한승원이 말하는 '구도의 글쓰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