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소유자가 집값이 오르면 싫어할까? 어리석은 질문이다. 당연히 좋아한다.


그렇다면 몇천만 원도 아닌 수억 원씩 집값을 올리게 한 정부·여당은 주택 소유자한테는 열광적이고 지속적인 지지를 받아야 마땅한 것 아닌가?


대한민국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이 297만 원이다. 연간 약 36백만 원 월급 받아서 세금 내고, 생활비 쓰면서 일 년에 단 돈 천만 원 모으기도 힘들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몇억 원씩 재산이 늘면 횡재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 집값 상승, 소유자는 횡재, 세입자는 죽을 맛!     

[박대석칼럼] 주택 가격 상승과 정치 공학

정부로서는 주택가격이 폭등은 소유자들에게 환영받을 뿐만 아니라 보유세, 양도세 등 주택 관련 세수도 급증하니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만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반대로 전세금 및 월세는 내려가면 더없이 좋을 텐데 반대이니 문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은 70.20%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전세금도 오르고 아울러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금액도 비례하여 오른다.


세입자는 주택가격이 오르면 손해이고 기본권인 주거 생활 자체가 불안정해진다. 집값 상승은 집없는 서민에게는 죽을 맛이다.


▲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유불리 정치 공학(political engineering)    


정치의 구조를 공학적으로, 아니 쉽게 말하여 표 구조를 계산을 해볼 수 있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정부여당으로서는 주택 소유자에게는 유리하고 세입자에게는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어느 편이 더 많은지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다. 당연하게 주택 소유자가 세입자보다 훨씬 많다.

[박대석칼럼] 주택 가격 상승과 정치 공학

주택 소유자와 해당 가구원을 합한 국민은 69%인 약 3천6백만 명이고, 유권자는 약 3천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68%에 해당한다.


세입자는 전체 유권자의 약 삼 분의 일인 32%에 불과하다.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정치공학으로 따지면, 주택가격 상승은 유권자의 삼분의 이가 넘는 주택 소유자에게 지지를 받으니 유리하다.


따라서 손해를 보는 세입자만 잘 챙긴다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주택정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 세입자 위한 임대차 3법, 결과는?     


그래서 일까?


정부·여당은 세입자를 위한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 상한제·전월세 신고 제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 이른바 임대차 3법을 소급입법 등의 문제 지적이 있음에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결과는 전·월세금이 더 오르는 것을 떠나 세 들어갈  주택이 씨가 말랐다. 오히려 세입자를 더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

한국은행도 저금리 영향이 아니라 정부의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을 전후로 전셋값 상승폭이 확대된 데 비춰 전세수급의 미스매치가 전세가격 상승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친 것 분석했다.

이제 정부·여당은슬며시  짒값 안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즉 예전 가격으로 환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 수준으로 묶어두는 것이 최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당연하다. 이미 올라버린 집 값을 정부가 임의로 내리게 할 수도 없지만 그렇게 한다면 주택 소유자까지 반발할 테니 말이다.


주택 시장에서 수요, 공급, 금리, 통화량, 경제성장률 등 여러가지 이유로 거품이 스스로 꺼지기 전에는 한번 오른 집 값을 인위적으로 내리게 하기는 힘들다.


▲  정부는 이제 집사지 말고 임차주택에 살기를?  

[박대석칼럼] 주택 가격 상승과 정치 공학

문 대통령은 11일 화성동탄 공공임대주택 100만 호 기념 주택단지를 방문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잠시 방문을 위하여 LH공사는 인테리어비용 4290만 원을 들여 빈집 두 세대를 고급스럽게 꾸미는 데 사용했고, 이외에 이날 행사를 위해서만 4억1000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 만큼 정부는 이 반짝 행사에 공을 들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하게 공급하겠다”며


“2022년 공공임대주택 200만 호 시대를 열 것이며 2025년까지 240만 호를 달성하겠다”라고 했다. 민간 중심의 주택 공급보다는 공공임대주택 등 공공부문의 주택 공급으로 현재 발생하는 전세 대란 등 주택 문제를 풀겠다는 방향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중요한 언급을 추가했다. “공공임대주택의 다양한 공급 확대로 누구나 집을 소유하지 않고도 충분한 주거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집 살 생각하지 말고 임대주택에 살라고 권하는 것과 같다.

정부·여당으로서 내년 서울 및 부산시장 선거, 그리고 2022. 3. 9. 수요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주택문제 관련 정치공학적 계산은 명쾌해 보인다.


오른 짒 값으로 주택 소유자에게는 불리할 것이 없고, 세입자에게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2022년 공공임대주택 시대를 연다는 희망을 주는 것으로 끌고 가면 된다는 것일까?


야당이라고 해서 주택가격 상승에 대하여 비난할 수는 있을지언정,  집값을 내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주택보유와 상승에 따른 각종 세금을 가지고 맹비난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다.


그러나 주택소유자들 역시 집값이 올랐다고 대놓고 정부여당을 좋아라하는 사람은

정치인들이 그동안 영호남, 충청 등 지역, 남녀, 세대, 진보와 보수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정치공학 분석을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주택보유자와 세입자가 표 계산을 해야 하는 중요한 군(群, 그룹, 범위)이 되버렸다.


▲ 그러나 주택문제는 단순히 정치인들의 표 계산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주택은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본 생존권의 핵심이다.


그래서 주택은 전부 시장에 맡겨두면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일어나는 특이한 시장이다. 자본주의, 경제 관점에서 주택문제를 다루면 영세서민은 비 피할 처마 끝자락도 하나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자 등 상·중산층은 시장에 맡기고, 영세서민은 정부 및 공공이 개입하는 것이다.


주택가격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적인 조건에서 결정되지만, 부동산가격상승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거시경제적 요인과 금융, 세제, 인구사회학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한 저금리, 막대하게 풀린 비정상적 풍부한 유동성도 크게 작용한다.


▲ 강남은 맨해튼처럼 놔두면 된다.     

[박대석칼럼] 주택 가격 상승과 정치 공학

특히 서울 중에서도 강남은 주택가격이 안정된 상황에서도 하락은 하지 않다가 가격상승이 시작되면 타지역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폭으로 오른다. 그리고 주변으로 확산시킨다.


강남의 지역적 특성은 뉴욕 맨해튼, 보스턴, 시애틀 등에서도 보이는 현상인데 좋은 교육 및 생활환경은 물론이고 고소득, 고학력계층이 밀집해 있어서 늘 공급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금으로 언제든 매물이 나오면 살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조셉 그르코와 토드 시나이,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크리스토퍼 메이어 교수는 ‘수퍼스타 시티(SUPERSTAR CITIES)’ 이론으로서 입증한 바 있다.


따라서 어느 정권이든지 간에 강남지역 집값 잡으려다가 성공한 일이 없고 도리어 타 지역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는 규제책들만 나오고 풍선효과로 엉뚱한 지역이 오르기도 한다. 최근 보이는 현상들이다.


강남은 맨해튼과 같이 지역 특성으로 이해하고 시장에 맡기고 놔두어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 진보정권들은 공연히 강남 미워하는 부동산 정책 시도는 불붙은 섶을 휘저어 사방에 불똥을 퍼트리는 어리석은 일이다.


▲ 주택가격 상승 나라에는 거의 도움 안된다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면 일부 세수증대 효과를 제외하고는 국가이익에는 득이 없고 오히려 해가 많다. 공장 등 고정비 상승으로 원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서민들에게는 임차 비용이 상승한다.


내 집 마련 기회가 어려워져 결혼 및 출산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불로소득 비중이 커져 서민들의 박탈감 심화는 물론이고 사회 불평등이 심화된다. 그렇다고 부동산가격이 급격하게 내려가도 문제이다.


급격히 떨어져 거품(버블)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 2016년 국민대차대조표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토지, 주택 등 부동산시가는 국내 GDP의 약 8배 정도인 1경 2,121조 원이다.


그런데 만약 10%만 가격이 하락해도 1년 예산의 두 배가 넘는 자산이 감소해 은행 등 도산은 물론이고 국민 대부분이 커피 한잔 사 먹을 형편이 안 된다.


그래서 정부는 인구(수요)가 감소해 장차 부동산가격이 하락한다고 해도 경제에 영향이 없도록 서서히 연착륙을 시켜야 한다. 따라서 어느 정부도 부동산이, 아파트가 떨어지니 팔라고 말할 수 없다.


▲ 또 비싼 집값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4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


사람이 거주나 이주에 대해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 일시적으로 이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거주지를 변경할 수 있는 자유까지 포함된다. 그러나 실제 그럴까?


2018년 우리나라 가구당 순자산이 사상 최초로 4억 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순자산에서 토지, 건물 등 부동산과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6%인데 이는 미국(29.3%), 일본(38.4%) 등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반면에 미국, 일본 등은 상대적으로 금융자산 비중이 높으며 한국은 재산증식의 제1 수단으로 부동산에 편중하고 있는데 이것이 국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고질병이다.


주택이 80년 중반부터 국민에게 목돈을 벌 기회를 준 학습효과가 만들어 낸 결과이다. 이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제는 주택소유자뿐만 아니라 세입자도 사실상 주거이전의 제한을 받는 삶이 되었다.


주택소유자는 주택임대에 각종 제약이 뒤따르자 아예 임대를 포기하고 증여 등으로 방향을 틀어버렸다.


일부 세입자들은 나중 부동산 거품이 터질지언정 집을 사자고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들여서 ‘영끌’ 매수를 하며 주택가격은 되려 더 올라가고 있다.


▲ 무주자(無住者)와 유주자(有住者) 새로운 신분 계급     


주택은 말 그대로 사람이 사는 곳이다. 아파트는 도시 영세서민을 위한 집단주거 시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재테크를 넘어 공산주의가 무산자(無産者)와 유산자(有産者)를 가르듯이 무주자(無住者)와 유주자(有住者)로 새로운 신분 계급화되었다.


10월,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PIR은 5년 전 9.4배에서 올해 14.1배까지 치솟았다. 월급을 14년 동안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상 정상적으로 집을 살 수 없다는 말과 다른 바 없다.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이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연애를 포기하고 집이 없어 출산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산업역군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약 730만 명 베이비 부머들은 은퇴 후 달랑 집 하나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손에 쥐어 보지도 못한 오른 집 값(미실현 이익)으로 각종 세금을 목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유럽, 미국 등 선진국들도 예년보다 집 값이 많이 올랐다. 그러나 OECD 평균 상승률은 4%에 불과하다. 한국의 주택가격 문제는 심각한 편이다.


최근 한국의 주택가격은 통화량(M2)이 증가한 만큼 오르고 있다. 이에 비하여 경제 전체의 상품가격을 뜻하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는 8분기에 걸쳐 통화량 증가와 비교하면 반만 올랐다.


더 심각한 것은 그때그때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땜질 처방식의 대증요법 정책으로 신뢰를 잃은 정부에게 새로운 해법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특정계층(유주택자, 세입자), 특정지역(강남 등) 나아가 특정 정파 표를 의식한 私心을 버리고 본질만 바라본다면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좋은 해법은 많다.

[박대석칼럼] 주택 가격 상승과 정치 공학
최근 집값이 올라서 좋아해야 할 주택소유자들이 대놓고 정부·여당 잘했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도, 언론에서 그렇게 보도한 것도 본 적이 거의 없다.

되려 재산세, 종부세 등이 올랐다고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왜냐하면 시장 작동 때문에 집값이 오른 것이니 정부 칭찬할 일 없고, 도리어 자식들 집 걱정, 소유자들 역시 사는 집 팔고 다른 집 사거나, 세를 얻으려면 문제가 크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주택소유자와 세입자를 얄팍한 잔머리 정치공학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아무리 힘든 세상이라도 해지면 돌아 갈 작은 집이라도 있고, 가족들과 저녁 먹고 씻고 맘 편히 잠을 잘 수 있는 나라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인들이 늘 가슴에 새겨야할 일이다.


박대석 한경닷컴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