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무도 NO라고 하지 않는가?
[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왜 아무도 NO라고 하지 않는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A사장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집니다. 김팀장의 보고서가 자신이 생각한 방안과 내용이 아니라며, 이런 수준으로 일하면서 무슨 전략팀장이며, 팀원보다 못하다는 막말을 합니다. 정신차리고 자신이 하라고 한 내용으로 고쳐 당장 가져오라고 합니다. 사실 이 보고서는 한달 전부터 전략팀 김팀장이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사업 타당성 보고서로, 사장의 지시대로 하면 회사가 막대한 손해를 보는 방안입니다.

사장의 호통과 막말에 일순 당황하고 주저했지만, 김팀장은 워낙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다시 한번 사장의 지시 사항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본인이 조사하고 분석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려는 순간, “너는 판단하지 말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하며 화를 냅니다. 김팀장은 재 작성하는 보고서에 회사를 위한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요?

왜 아무도 NO라고 하지 못할까요?

중소기업 사장은 혼자 힘으로 사업을 이끌어 온 분이 많습니다. 밑바탕부터 하나하나 쌓아 올라왔기 때문에 사업과 제품에 대한 모든 프로세스에 정통할 뿐 아니라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을 명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오너 사장들은 사업의 성장과 이익이 인생의 꿈이고 전부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사업과 회사에 투자했고, 무에서 유를 창출했기 때문에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가득합니다. 내가 이룩했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가 다 알아야 하고 조그만 것이라도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창기에 회사를 함께 성장시킨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자신에 대한 충성심은 알지만, 이들의 역량과 전문성은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중 일부는 직원들의 역량과 일에 대한 자발성을 믿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되고, 시키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역시 질책해야 하고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하는 일의 30%도 모르면서, 시키는 일만 하라며 한두번 질책을 받다 보면, 자신이 생각한 일을 주도적으로 하기 보다는 윗사람이 시키고, 하라는 일만 합니다. 괜히 시킨 일과 다른 방향에서 검토하거나, 시키지 않았지만 회사에 기여하는 일을 한 후, 질책을 받으면 기대감이 깨어져 더 화가 나거나 좌절하고 포기하게 됩니다.

사실 직원들이 시키는 일만 하게 되면 상사는 매우 힘들어지며, 성과는 갈수록 떨어지고, 회사는 망하는 길로 가게 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함께 성장해야 할 직원들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고 같이 망한다는 점입니다. 아우슈비츠 감옥에서 가장 힘든 형벌은 죄인들에게 두 개의 양동이 물을 계속 옮기는 형벌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아무런 의미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일을 지속하게 되면 정신적으로 참을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직원들이 회사 밖에서 즐거움을 찾으려 한다면?

A대리가 이야기합니다. “원장님, 저에게 회사는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저의 즐거움 모두는 회사 밖 생활에서 찾습니다.” 상사로서 이 말을 듣는다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매우 슬픈 일입니다. 하루 2/3이상을 보내는 회사 생활이 즐겁지 않으면, 가장 열정적이고 성과를 내야 하는 인생의 꽃 같은 시기의 2/3가 슬퍼지는 것입니다.

100년 기업을 가려면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한 순간에 결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임직원들이 한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일의 의미를 알고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믿고 맡기되 올바른 방향과 전략을 리더가 제시해 줘야 합니다. 정체되지 않고 성장하도록 해야 합니다. 회사와 직무에서 배움이 있다면 어렵고 힘든 일을 헤쳐 나가게 됩니다. 회사와 일하는 것이 즐거워야 합니다. 상사, 선후배, 동료와의 관계 뿐 아니라 일 그 자체가 신이 나서 높은 목표를 세우고 열정에 불타도록 해야 합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면 하라는 대로 일에 임한다면, 100년 기업은 영원히 이룩할 수 없습니다. CEO가 먼저 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