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확실히 우리 세대보다 안정적이지 못하다. 우리 세대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낳고, 적당히 승진하고. 그런데 우리 세대가 요즘 젊은 세대에 비하여 누린 행운은 여기까지다. 적당히 승진하려다 세상이 변하고 적당히 퇴직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졌다. 확실히 세상은 위험해졌다.



마지 못해서 사장노릇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장은 항상 위험과 기회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사업을 하다보면 끊임없이 새로운 일이 벌어진다. 때로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위험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기회와 위험의 판단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난 사업을 시작할 때만해도 내가 성공할 확률이 무척 높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무역을 전공하고, 무역진흥공사에 다녔고, 파나마무역관에 있었고, 무역에 관한 책도 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은 별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내가 만났던 많은 종합상사맨 출신의 사업가들도 역시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세상은 멋대로 흘러가는 것같았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한번은 확실히 성공하는 듯했다. 나름대로 전략도 만들고, 브랜드도 만들고, 신제품도 계속해서 내놓아 호의적인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시장상황은 적어도 4-5년, 장기적 기업비젼은 차세대까지 구상하면서 경영을 했다. 하지만 시장은 나의 예측을 벗어났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측대로 가는 듯했지만, 더 빨랐고 모든 사람이 알만한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이켜 보면 그 당시에 시장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갖고 있던 합리적인 생각에 따라 행동했었다. 다만, 종합적으로는 전혀 알지 못했던 방향을 간 것이다.



피터 번스타인이 지은 ‘리스크’에서 말하기를 “게임이론에서는 불확실성의 진짜 근원은 다른 사람들의 의도에 달려 있음을 밝히고 있다. 우리가 큰 이득을 보리라고 판단하고 내리는 선택이 가장 위험한 결정이 되어버리기 쉽다.” 남들이 보기에 유럽에서의 발가락양말은 2000년대 초만해도 경쟁자도 많지 않고, 가격도 괜찮은 시장이었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서 유럽으로 발가락양말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은 과-과-과포화 상태가 되버렸다.



이처럼 번스타인의 말처럼 “이 세상의 진짜 문제는 비합리적이지도, 그렇다고 해서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세상은 거의 합리적이긴 해도 완전히 그렇지는 않은 곳이다. 인생이 불합리하다고는 할 수없지만, 언제나 모든 곳에서 논리를 찾으려고 한다면 덫에 걸려들고 마는 것이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약간을 덜 수학적이고, 덜 정확하다고 보면 된다. 정확성은 겉으로 드러나 있지만 부정확성은 숨겨져 있다. 자연의 야성이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



문제는 그 야성을 찾아낼 수있을까 하는 것이다. “자연은 사건의 반복에서 생겨나는 패턴을 확립해왔다.” 그러나 그 패턴의 시점과 크기를 찾아내는 데는 거의 항상 실패해왔다. 일기예보가 그렇고, 주가예측이 그랬다. “그 것은 단지 대개의 경우 그렇다.”라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자연의 야성이 어디에 어떻게 숨어있는 지를 찾아낼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로 알 수없다!’ 이 말에 겁먹을 필요는 전혀 없다. 반대로 우리는 대단히 반가운 소식을 들은 사람들로서 기뻐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의 말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미래에 얽매인 죄수가 아니라 불확실성 덕분에 자유인임을 알려주는, 엄청난 복음인 까닭이다.”



만일 불확실성이 없다면 우리는 사업을 시작할 수도 없고, 인생도 재미가 없을 것이다. 왜 이미 모든 것이 정해져있으니까. 다행히 우리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내가 성공할 확률이라는 것은 대단히 주관적으로 매우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다. 만일 기대치가 낮다면 사업을 시작할 이유가 없다.



“확률은, 확률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나올 때만 중요성을 가질 수있다. 그리고 확률에 대한 의존은 확률을 어느 정도 고려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판단이 설 때만 정당화될 수있다. 확률이 ‘인생의 지표’가 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확률이 높을 때 실행하고, 낮을 때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업가의 확률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애매모호한 확률이다. 사람들은 요즘같은 세상에서는 일단 뛰어가면서 생각하라고 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일단 사건이 나면 그게 위험인지, 기회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뛸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차라리 앉아있는 게 좋다. 소기업 사장이 갖고 있는 자원이란 여러 번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무조건 뛰다가는 무조건 있는 자원을 다 날린다. 좋은 가게터가 나왔다고 해서 ‘얼씨구나’하고 잡았다가는 무슨 복병이 숨어있을이지 모른다. 온라인 장사도 쉽게 시작하지만 어떤 품목을 올려놓는가에 따라서 1-2년은 휙 간다. 사람들은 조급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뚸도 된다’는 판단이 섰을 때는 뛰어야 한다. 돌다리를 두드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꾸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면서 가야한다. 하지만 멈추거나 되돌아 가면 안된다.



뛰어야 될지, 아닐 지는 위험과 기회에 대한 나의 판단이다. 아무리 세상이 빨리 흘러간다고 해도, 이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 남이 뭐라해도 내 생각이 중요하다. 이 때는 교과서나 모든 경영학이나 경제학 책을 잊어야 한다. 세상은 책에서 나온 것처럼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똑같은 일도 어떻게 보는 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금융위기가 터지고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를 것인가, 아니면 폭락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이처럼 모든 사물에는 양면성이 있다. 그런데 자기의 중요한 결정을 남의 말이나, 책 몇 권에 의지해서는 안된다. 경영자의 결정은 이 모든 것을 들어본 후에 자신의 직감을 더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