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0회 넘게 예정됐던 공연이 모두 취소됐어요. 지난해 11월 독일에서 두 번째 락다운(봉쇄령)을 맞이했을 땐 피아노 앞에 서기도 싫더군요."
"깊은 성찰로 찾은 자아, 피아노 선율에 담아냈어요" 피아니스트 윤홍천
피아니스트 윤홍천(39·사진)이 지난 1년을 이렇게 회고했다. 22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설 무대가 없었다. 1년을 헛되게 보내진 않았다. 자아를 찾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음악을 통해 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감정을 작품에 담아냈죠. 레퍼토리가 제겐 거울이었던 셈이죠."

윤홍천이 1년 동안 성찰을 통해 발견한 자아를 피아노 선율로 풀어낸다. 다음달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독주회 '생의 찬가'를 통해서다. 2019년 이후 2년만에 열리는 내한공연이다. 그는 무대에서 모차르트의 '론도 a단조'와 프란츠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1번 B플랫장조', 프란츠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 모리스 라벨의 '거울' 등을 들려준다.

윤홍천은 유럽에서 인정받는 피아니스트다. 그가 내놓은 음반이 호평을 받아서다. 2011년에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음반으로 독일 바이에른 주정부로부터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2016년에는 클라리네티스트 자비네 마이어와 닐스 묀케 마이어 등과 함께 낸 '모차르트 위드 프렌드'는 클래식계에서 '그래미 어워드'로 불리는 에코클래식 상을 타냈다.

독주로도 유명하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했다. 이 음반을 통해 영국 그라모폰에선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했다. 지난해부터는 슈베르트가 남긴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기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첫 음반을 낸 후 올해 8월 두 번째 음반을 발매한다. 소니뮤직측이 윤홍천에게 슈베르트 완주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모차르트 완주를 끝내고 어떤 작곡가를 분석할까 고민하던 중에 소니뮤직 대표를 만났어요. 그가 슈베르트 레퍼토리를 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더군요. 내심 연주하고 싶던 작곡가라 수락했습니다. 2023년까지 7장을 내서 대장정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슈베르트는 그에게 각별한 작곡가였다. 다음달 공연에서도 자신이 느낀 감동을 온전히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슈베르트가 말년에 쓴 곡들을 공연에서 연주한다. 마냥 어둡지 않고 청중에게 위로를 전하는 곡들이다"라며 "어쨌든 끝이 있는 인생이다. 현재를 더 충실하게 살아내자는 진심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