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다양한 이변을 낳은 대회다. 먼저 8강을 기대했던 우리나라의 축구 대표팀은 단 1승도 하지 못하고 16강의 문턱에서 탈락했다. 축구의 종가인 잉글랜드 또한 우리나라와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변은 FIFA 랭킹 1위면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스페인의 몰락이다. 유로 2008 우승,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 유로 2012년 우승으로 세계 축구계를 평정했던 최강 스페인의 몰락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러나 이영표를 비롯한 축구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몰락을 예상했다. 스페인 축구의 특징은 처음부터 패스의 순환과 점유율 확보, 그로인한 팀조직의 안정화와 더 많은 공격기회를 확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높은 점유율’하면 스페인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게임의 판이 바뀐 것이다. 수비층을 두텁게 하면서 실점을 막고 빠르고 긴 패스를 활용하는 역습 축구가 부상하게 된 것이다.


축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그렇다. 당연히 ‘승리’다. 아무리 높은 볼 점유율을 가지고 있더라도 골을 넣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이제는 높은 점유율이 우승의 선행지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축구의 성과지표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


​학업도 마찬가지다. 오래 앉아서 공부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공부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은 사회적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1990년대 뉴욕은 하루에도 수십건의 강력범죄가 발생하는 미국 최악의 범죄 소굴이었다. 당시 줄리안이 시장은 뉴욕의 범죄를 완전히 뿌리뽑겠다며 경찰력을 총동원하는 범죄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당시 경찰관의 성과지표는 많은 활동을 통해 범죄인들을 얼마나 많이 잡아들이는지, 응답한 비상전화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가 그 성과지표였다. 그러나 범죄지역에 강력반을 배치하고 경찰 병력과 근무시간을 대폭 늘이는 고강도 정책에도 불구하고 강력범죄들은 끊이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렇다. 스페인 축구가 몰락한 것 처럼 무조건 근무시간과 경찰인력을 늘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즉, 성과지표를 바꿔야 한다. 성과지표를 ‘범인을 얼마나 잡아들이는가’에서 ‘범죄를 얼마나 줄이는가’로 바꿔야 한다. 바뀐 뉴욕시의 정책으로 범죄 발생율은 80%나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에서 어떻게 하면 성과를 높일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심층 연습(deep practice)을 해야 한다. 심층 연습은 같은 시간을 투자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연습보다 3배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출발 전 승무원은 구명조끼 착용에 관해 2~3분 시범을 보이면 명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1시간 후 당신이 탄 비행기가 태풍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기장은 승객들에게 당장 구명조끼를 착용하라고 방송으로 안내한다.


또 다른 상황이 있다. 똑같은 비행기 안에 이번에는 승무원이 2~3분 동안 구명조끼 작용을 설명함과 동시에 승객들에게 직접 착용하게끔 한다. 1시간 후 당신의 비행기가 흔들린다. 기장은 기내방송으로 구명조끼를 착용하라고 안내한다.


어느 쪽이 더 빨리 구명조끼를 착용할까? 심층연습은 같은 연습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정확도와 성과를 높인다. 중요한건 투자한 시간보다 어떻게 또는 어떠한 방법으로 훈련했는가에 있다. 절대적인 시간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양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방법(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스페인 축구팀의 감독이라면 이제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브라질의 축구 선수들은 후보들까지 천재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심층연습을 일상화하기 때문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어떤 축구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by.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ijeong13@naver.com) / www.gg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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