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각국 경제수장들이 암호화폐에 묵직한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암호화폐는 내재 가치가 없는 자산”이라며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이상급등”이라고 했다. 투기 빼면 아무것도 없는 거품이란 뜻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은 투기적 자산이고 불법 금융에 쓰인다”고 했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상한 자금 세탁에도 연루된다”고 거들었다. 이런 비판은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비트코인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암호화폐의 실체와 미래를 둘러싼 공방이 다시 뜨거워졌다.

암호화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중앙銀

중앙은행은 암호화폐가 가격 출렁임이 심해 화폐의 3대 조건인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 ‘교환의 매개’ 기능을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본다. 내재 가치가 없어 적정 가격을 산출하기 어려운 데다 시장가격도 투자자 기대에 따라 출렁거린다. 현금과 달리 사용층이 얇아 공모할 경우 거래 물량과 가격을 조작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앙은행의 정책목표인 ‘금융 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암호화폐를 공격하는 배경의 하나다. 한은은 2018년 보고서에서 “암호화폐를 투자·보유한 금융회사가 늘어날 때 암호화폐 가격변동 리스크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디지털 골드” vs “에너지 낭비”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2009년 탄생한 비트코인은 한동안 화폐(교환의 매개)로 여겨졌지만 요샌 자산(가치저장 수단)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새로 붙은 수식어는 ‘디지털 금(金)’. 비트코인이 금을 빼닮았다는 주장의 근거는 희소성과 불변성이다. 최대 공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됐고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석문 코빗 이사는 “비트코인은 중개인 없이 싸고 안전하게 가치전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라며 “내재 가치가 없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비트코인은 환경 측면에선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한다. 채굴 과정에서 막대한 전기를 잡아먹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비트코인 거래 한 번에 300㎏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비자카드 한 번 긁는 것보다 75만 배 많다”고 했다.

“기관 진입 시작” vs “일부 사례일 뿐”

지난해 하반기부터 블랙록, 모건스탠리, 페이팔, 테슬라, 스퀘어 등 해외 기관과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이 암호화폐 관련 신사업과 투자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이름값 높은 큰손들의 진입은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관의 투자는 일부 사례”라며 “규제가 강화되면 비트코인의 가치는 튤립이 시들듯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UBS는 “규제 강화 등이 이뤄지면 비트코인 가격이 0원에 수렴할 수 있다”고 했다.

임현우/김익환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