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선수층에도 부상 선수 관리 철저
수베로 한화 감독의 확실한 철학 "장시환·노수광도 지켜본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암흑기였던 2010년대 극단적인 윈 나우(Win now) 정책을 썼다.

팀이 오랫동안 하위권을 맴돌자 당장의 승리를 위해 파격적으로 선수단을 운용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선 30대 베테랑 선수들을 끌어안았고, 혹사 논란에도 주요 선수를 계속 경기에 투입했다.

해당 정책은 상당한 부작용을 낳았다.

선수단은 노쇠했고, 효과적인 리빌딩도 하지 못했다.

팀 운영에 실패한 한화는 암흑기를 탈출하지 못했다.

오히려 암흑기가 더 길어졌다.

한화는 지난 시즌 KBO리그 역대 최다 연패 타이기록(18연패)을 세우며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진통을 겪은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하며 다시 변화를 예고했다.

현재 한화의 방향은 과거와 다르다.

한화는 당장의 성적보다는 선수단의 재건을 위해 뛰기 시작했다.

수베로 감독은 목표도 확실하다.

팀의 체질을 개선해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수베로 감독은 급하지 않다.

팀 전력은 탄탄하지 않지만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한 계단씩 밟아가고 있다.

첫 시범경기를 앞둔 수베로 감독의 선수 기용 안에는 선 굵은 철학이 묻어있다.

수베로 감독은 투·타의 핵심인 장시환, 노수광을 당겨쓰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20일 대전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장시환의 투구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다"며 "건강하다면 좋은 선발 자원이지만, 일단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시환은 지난 시즌 선발진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퀄리티스타트(QS·6이닝 3자책점 이하)를 11차례나 기록했고, 많은 이닝(132⅔)을 소화했다.

장시환은 시즌 중이던 지난해 10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지금은 순조롭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이런 장시환을 일단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했다.

주장이자 외야 핵심 자원인 노수광에 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노수광은 3월 말에서 4월 초에 복귀할 수도 있지만, 예상일 뿐"이라며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수광은 한화 내에서 유일하게 풀타임 경험이 있는 외야수다.

노수광이 빠지면 한화는 외야 라인을 전원 신인급 혹은 백업선수급으로 채워야 한다.

수베로 감독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노수광을 머릿속에서 지운 이유는 그의 몸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노수광은 지난달 스프링캠프에서 내복사근 미세 손상으로 훈련을 중단했다.

재활 훈련을 소화한 노수광은 19일 수비 훈련과 티배팅 훈련을 소화하며 다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회복 훈련을 순조롭게 소화한다면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실전 경기에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수베로 감독은 그의 이름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수베로 감독은 "부상 부위인 옆구리는 재발 우려가 큰 부위"라며 "급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선수층이 유독 얇은 한화에서 두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팀 성적을 위해서라면 이들의 복귀가 절실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담담하게 두 선수의 재활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수베로 감독에겐 당장의 팀 성적보다 재건이 더 중요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