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 유착 등 수사관행 도마에…무리한 수사지휘 비판도
'한명숙 모해위증' 의혹 1년…인권·공정수사 과제 남겨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사건 재판에서 증인들이 거짓 증언을 하도록 검찰 수사팀이 유도했다는 모해위증교사 의혹이 1년여간의 논란 끝에 불기소 처분으로 공소시효를 넘기게 됐다.

재소자 증언 조작 의혹은 법리적으로 무혐의로 마무리됐지만, 재소자들을 활용한 '빨대 수사' 등 불신을 낳은 위법·부당한 수사 관행들은 검찰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 모해위증·교사 의혹 발단은 부당한 수사 관행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을 심의한 대검 부장·고검장 확대 회의에서 지난 19일 압도적인 우세로 불기소 결정을 내리자 검찰 안팎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기소 처분을 주도한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의 책임을 추궁하는 목소리도 뒤따랐다.

뚜렷한 증거 없이 무리하게 수사팀을 모해위증 교사범으로 몰았다는 검찰 안팎의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의 명분으로 삼기 위해 정략적으로 의혹을 부각했다는 공격을 받을 여지도 있다.

하지만 검찰 스스로 반성해야 할 지점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수사팀과 재소자 간 유착 의혹, 무(無)조서 출정조사 등 오랫동안 비판받아온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수사 관행과 결부돼 있다는 것이다.
'한명숙 모해위증' 의혹 1년…인권·공정수사 과제 남겨
◇ 檢, 독립성 보장 외쳤지만, 수사 관행에는 침묵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한명숙 수사팀이 2011년 한 전 총리 재판에서 재소자들에게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다"는 허위 증언을 사주했다는 진정이 지난해 4월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의혹과 관련된 재소자 3명은 모두 많게는 한 달에 수십 차례씩 검찰청으로 출정 조사를 나가 정보를 제공하고 외부인과 연락할 기회를 얻는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검찰은 이른바 '빨대 수사'에 관해 공식적인 언급을 꺼리면서도 수감자를 상대로 정보 수집 활동을 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

한명숙 수사팀은 관련 재소자들이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에 대해 "다른 부서가 수사 정보 수집을 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한명숙 수사팀은 지난해 모해위증·교사 의혹 보도에 대해 해명하면서 관련 재소자와 가족을 검찰청으로 불러 외부 음식을 함께 먹도록 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런 수사 행태가 조사 기록도 남기지 않는 폐쇄적인 수사 관행과 맞물려 증언 조작 의혹을 증폭시켰다고 분석한다.

한명숙 수사팀은 당시 구치소에 수감된 한 전 대표를 70회 이상 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하면서도 60회 이상에 대해 조서를 남기지 않아 5명의 대법관으로부터 형사소송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 법무부-대검 합동 감찰 개시…논란 이어질 듯

별건 수사를 암시하며 자백을 강요하는 압박 수사는 이번 모해위증 의혹 공방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복수의 재소자들은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별건 수사를 암시받았다고 증언했다.

수사팀의 일관된 부인에도 모해위증·교사 의혹이 1년이 넘게 이어져 온 배경에는 무엇보다 검찰 수사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드리워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법한 수사 관행에는 침묵한 채 독립성 보장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검찰의 모습이 '제 식구 감싸기'로 비치면서 의혹을 키우는 촉매제가 됐다는 것이다.

대검 부장·고검장 확대 회의에서의 압도적인 불기소 처분 결정에 대해 '여전히 검찰이 스스로 문제에는 관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장관은 모해위증 의혹 재심의 지시와 별도로 한 전 총리의 수사 과정에서 논란이 된 인권 침해적 수사·재소자 편의 제공 등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 감찰을 지시한 상태다.

모해위증 의혹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일단락됐지만, 검찰 스스로 뒤돌아보지 않는 위법한 수사 관행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명숙 모해위증' 의혹 1년…인권·공정수사 과제 남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