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폴리스·에어로폴리스·넥스트폴리스 등 영어일색
"취지는 알지만 너무 심해"…공공기관서 한글 파괴 지적
'○○폴리스가 어디야'… 헷갈리는 청주 산업단지 이름
'청주에어로폴리스, 청주테크노폴리스, 청주하이테크밸리, 청주오창테크노폴리스, 넥스트폴리스…'
청주시민 A(54)씨는 요즘 언론에 등장하는 산업단지 이름을 접할 때마다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영어 일색인 데다 명칭이 비슷해 헷갈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첨단산업'이나 '차세대'를 강조한 의미는 알겠지만, 국적 불명의 명칭을 경쟁적으로 쓰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공기관인 충북경제자유구역청, 충북개발공사나 청주시가 주주로 참여한 회사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청주국제공항 인근에 조성할 청주에어로폴리스(47만㎡)는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 항공산업 집적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청원구 주중동 밀레니엄타운 옆에 들어설 넥스트 폴리스(189만㎡)는 충북도 출자기관인 충북개발공사가 추진한다.

청주테크노폴리스(379만㎡)는 청주시와 신영, KDB 산업은행, 대우건설 등이 주주로 참여한 ㈜청주테크노폴리스가 흥덕구 내곡동 등 9개 동 일원에 조성하는 것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청주테크노폴리스는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추가 유치 등을 통해 미래 첨단형 산업단지로 만들려는 사업인데, 2008년 단지가 처음 조성될 때 의견수렴을 거쳐 이름을 정했다"고 말했다.

충북개발공사 측도 "'넥스트'는 차세대 산업기지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가칭으로 정한 것"이라며 "사업을 추진하면서 더 알기 쉽고 좋은 이름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단산업을 유치해 미래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산업단지 이름을 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이나 지자체가 아름다운 우리 말을 외면하고, 한글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청주는 세종대왕이 머물면서 한글을 창제를 마무리했다는 '초정행궁'(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이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한글 전문가들은 국적 불명의 산업단지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김미선 청주대 국어문화원장은 "아름다운 우리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외국어나 신조어로 표현해 우리 고유의 언어문화가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며 "공공기관이나 지자체가 올바른 언어문화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언어도 시대 흐름에 따라 새로 생기고 없어지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전통문화에 맞지 않거나 다듬어지지 않은 신조어가 너무 많다"며 "우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도 잘 다듬어 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