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3년전 심고 지금도 그대로"…주민대책위, 공무원 투기 의심 부동산업계 "사업부지 지정 전 외지인 몰려…공무원 매입 소문도"
"3년 전쯤 작업자 여러 명이 조그만 향나무 묘목들을 잔뜩 심고 가더니 지금까지도 그대로네요.
"
19일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사업지구로 지정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의 한 토지 근처에서 만난 주민 A씨의 말이다.
이 토지는 지난 18일 해당 사업부지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원삼주민통합대책위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투기 정황에 대해 의심을 제기한 곳이다.
120평 규모의 토지에는 30∼40㎝ 크기의 어린 향나무 묘목 250여 그루가 빼곡히 심겨 있었다.
묘목들은 한 그루도 시들지 않아 그동안 꾸준한 관리가 이뤄진 듯 보였다.
A씨는 "가끔 땅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러서 묘목 상태를 확인하고 물을 준 뒤 돌아갔다"며 "처음에는 향나무 재배업을 하는 줄 알았는데 수년간 관리만 할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주민 B씨는 "이 근처에 농사도 짓지 않고 묘목만 심어둔 곳은 저 땅뿐이라 눈여겨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처인구 원삼면 일원 416만㎡에 사업비 1조7천903억 원을 들여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SK하이닉스가 이곳에 약 122조 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진 2018년 하반기께부터 '부동산 대박'에 대한 기대감으로 땅값이 30∼40% 급등하고, 소위 '떴다방'도 생겨났다.
LH 일부 직원으로부터 시작된 땅 투기 의혹이 전국 개발 예정지내 수상한 토지거래의 위법성 여부 조사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원삼주민통합대책위는 "2017∼2019년 반도체클러스터 사업 부지인 원삼면 일대 토지 거래명세 600건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200여건의 투기의심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 중 LH직원으로 의심되는 거래 30건, 시청 공무원과 사업 시행사측 직원으로 의심되는 거래 20건을 추렸다"고 밝혔다.
19일 대책위 관계자는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은 아직 시민들의 자발적 조사 차원에서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조사 이후 명백한 사실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 의뢰 여부는 이번주 일요일 대책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삼면은 2019년 3월 29일 사업 부지로 확정되기 이전부터 사업 예정지의 경계와 토지이용계획 등이 담긴 도면이 시중에 나돌면서 이 정보를 활용한 투기 의혹이 제기돼왔던 곳이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수년 전 사업 예정지를 표시한 도면이 유출됐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실제로 원삼면이 사업 부지로 확정되기 전인 2018년경부터 이 일대 외지인의 토지 매매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도 "한때 SK 직원이나 공무원들이 땅을 사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백군기 용인시장은 지난 18일 긴급 온라인브리핑에서 시청과 용인도시공사 직원 4천817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6명이 사업부지 관련 토지를 취득했고, 이 중 투기 의심 정황이 있는 3명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용인시는 사업부서 근무 이력 직원(358명)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 2천800여명, 투기 의혹이 제보되는 직원·가족을 대상으로 2차 부동산투기 조사를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