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긴급 현안 질문서 '작심 발언'
제2공항 갈등 도의회 내 정치 공방 심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다시 불붙은 제2공항 추진 논란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며, 무산된다면 그 대안을 달라"고 요구했다.

원희룡 "제주 제2공항 대통령이 결정…무산 시 대안 달라"(종합)
17일 제393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1차 본회에서 이뤄진 홍명환 의원의 긴급 현안 질문에서 원 지사는 작심하고 '제2공항 사업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을 발표한 배경을 설명했다.

원 지사는 "최종 기본계획 고시를 앞두고 환경부와의 협의 과정이 남았지만,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전 단체장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있는 것 같다"며 "왜 이토록 민감한 시기에 국토부가 제주도의 입장을 다시 묻는지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민과 성산읍 여론조사에서 가중치를 두고 조사했다면 지금 똑같은 조사 결과를 두고도 찬반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또 현재 찬반이 오차범위 안팎으로 나온 결과에서 여러 의견 집단 중 정치적 질문에 대한 여론 분포를 봤을 때 반대 우세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 지사는 "가중치 두고 여론조사를 합산하면 찬성이 우세하다든지 마을별로, 연령별로, 성별로 자세한 분석 결과를 거론하지 않은 것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제하는 것"이라며 "(국토부가) 도지사의 의견을 달라고 했기 때문에 도지사의 견해를 전달한 것이다.

국토부는 이를 감안해서 정책 결정하고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된다.

제 견해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 제2공항 대통령이 결정…무산 시 대안 달라"(종합)
국토부가 도지사의 의견을 재차 요구한 것에 대해 홍 의원이 "국토부와 (도지사가) 짜고 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국토부가 짜고 칠 정도의 책임감이 있으면 좋겠다.

제2공항은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도지사의 공약이었고, 6년간 제주도와 국토부가 함께 추진한 일"이라며 "(제2공항을) 대안도 없이 무산시키자고요? 공항의 안전 문제와 청년세대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 제주경제에 대해 대안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대안이 있다면 대통령이 무산시키고, 대통령이 약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의원이 다시 "제2공항 갈등이 조속히 종결되길 바란다"며 "의회가 국토부에 조속한 입장정리를 위한 촉구 결의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원 지사는 "청와대에 가서 면담하라. 도지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국토부에 가서 얘기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대통령이 가덕도도 가지 않았는가.

죽이든 살리든 대통령이 결정하라고 하라"고 답변했다.

홍 의원의 긴급 현안 질문 이후 제2공항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5분 발언이 이어졌다.

원희룡 "제주 제2공항 대통령이 결정…무산 시 대안 달라"(종합)
민주당 소속 강성의·송창권 의원은 제주지역의 환경문제를 거론하며 환경 수용성을 갖춘 뒤 제주의 미래를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제2공항 추진을 강행하는 원 지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강충룡·이경용 의원은 제주지역 균형발전과 미래세대를 위해 제2공항을 정상 추진해야 한다며 원 지사에 힘을 보탰다.

한편 민주당 소속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도민 여론조사는 제2공항 갈등 해소를 위한 어려운 선택이었다"며 "도지사로부터 발생한 파장으로 인해 도민사회가 또다시 분열과 대립으로 흔들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연합뉴스 등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는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을 통해 도민 각 2천 명, 성산읍 주민 각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한 도내 견해차를 드러냈다.

전체 도민 여론은 반대가 우세했지만, 공항 예정지 주민의 경우 찬성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제주도는 여론조사 결과를 지난달 23일 주무 부처인 국토부에 전달했고, 국토부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제주도의 의견을 지난 10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엇갈린 여론조사가 나온 가운데 기관 간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지난 10일 "국토부는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국책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제2공항 사업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을 발표했다.

원희룡 "제주 제2공항 대통령이 결정…무산 시 대안 달라"(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