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헬스케어 기업들의 무상증자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마련한 자금(유동성)이 2021년 무상증자 ‘러시’의 기반이 됐다. 다만 무상증자를 호재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총 40곳의 상장사가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중 전체의 약 42.5%에 달하는 17곳이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기업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인 유유제약은 지난 16일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100%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유제약은 이번 무상증자로 보통주 100%에 해당하는 745만8698주와 우선주 129만4945주를 추가로 발행한다. 이달 15일에는 올리패스크리스탈지노믹스가 1주당 신주 0.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한 달 새 무상증자를 결정한 기업은 13곳에 달한다. 제일바이오 비피도 알테오젠 제이브이엠 화일약품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에이치엘비 아이큐어 국제약품 동구바이오제약 등이다.

‘주식발행초과금’ 활용…자산에는 변화 없어

무상증자는 잉여금의 일부로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이를 기존 주주들에 나눠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잉여금은 줄어들고 자본금은 늘어나게 된다.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옮기는 것이다.

기업들은 신주를 발행하는 재원으로 ‘주식발행초과금’ 등을 활용한다. 주식발행초과금은 액면가보다 높게 주식을 발행해 회사가 벌어들인 발행가와 액면가의 차액을 뜻한다.

잉여금은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 등으로 구분된다. 주식발행초과금은 자본잉여금에 포함된다. 무상증자를 통해 자본금과 발행 주식 수는 늘어나지만, 회사의 자산 크기에는 변화가 없다.

50% 무상증자를 결정한 올리패스의 지난해 말 기준 주식발행초과금은 1821억원 규모다. 2019년 1351억원에서 크게 늘었다. 올리패스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35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전환우선주 246만5262주를 발행했다”며 “이를 통해 자본금 12억원, 주식발행초과금 342억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전환사채(CB)의 보통주 전환으로 발생한 주식발행초과금 71억원도 자본잉여금에 반영했다”고 했다.

화일약품의 주식발행초과금도 큰 폭으로 늘었다. 회사의 주식발행초과금은 지난해 700억1500만원으로, 2019년 351억5600만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아이큐어는 지난해 2회차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주식발행초과금이 3분기 말 기준 876억3600만원으로 늘었다.

이 밖에 알테오젠 에이치엘비 셀리버리 제넨바이오 동구바이오제약 등 무상증자를 실시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지난해 주식발행초과금과 이익잉여금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올해 무상증자의 기반이 마련됐다.

기업들은 무상증자의 배경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 및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무상증자를 통해 유통주식수를 늘려 거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무상증자 결정 기업은 보통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에 업계에서는 무상증자가 곧 주가 부양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이 무상증자 발표를 통해 주가 부양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무상증자를 결정한 기업 대부분은 주가가 상승했다.

무상증자를 공시한 후 유유제약은 전 거래일보다 21.77% 폭등한 1만51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앞서 지난 10일 50% 무상증자를 결정한 알테오젠의 주가도 전 거래일보다 19.83% 올랐다. 화일약품 에이치엘비생명과학도 무상증자를 결정한 당일 주가가 각각 22.42%, 17.04% 상승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상증자 실시 여부보다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탈)을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상증자를 하면 주가 상승 효과가 있어, 많은 기업들이 주가 부양책으로 활용한다”면서 “다만 이는 회계상의 변화에 불과해 실질적인 기업가치와는 관계가 없는 만큼, 단순히 호재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무상증자 러시에 합류할 다음 타자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고점 대비 낮은 주가, 적은 유통주식수, 지난해 증자 등을 통해 잉여금을 확보한 기업 중에서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