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부부 갈등 기폭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부부 및 가족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주 요인이 됐다.16일 법률구조법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면접상담 중 이혼 상담이 차지하는 비율은 29.0%를 기록했다. 2018년(22.4%), 2019년(25.3%) 보다 크게 올랐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측은 “성격 차이나 경제갈등 등 부부간 잠재돼 있던 문제들이 코로나19로 봇물 터지듯 터졌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이혼상담 사유로는 폭력 등 남편의 부당대우가 48.3%로 가장 많았다. 2019년(31.9%)에 비해 2020년 16.4%포인트 급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실업과 폐업 등 경제적 갈등의 씨앗이 증가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상담소 측은 “여성들은 코로나19로 우울감과 경제적 어려움 등 문제상황을 겪게 되면서 부부 간 갈등이 더 많아졌고, 다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다 보니 더 이상은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호소한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남성의 경우 장기별거와 아내의 가출, 아내의 부당대우 등을 상담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상담에선 외도나 불성실한 결혼생활, 과도한 빚 등 배우자의 가출 이전에 다른 문제들이 먼저 갈등의 요인이 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줄어든 수입, 정부 지원 받으려 '이혼' 고민
A씨 사례처럼 경제적 문제를 호소하는 부부도 많았다. 코로나발(發) 실직과 폐업이 늘면서, 안그래도 위태로웠던 가정 경제가 더 흔들리게 됐다는 것이다.남성들의 경우 궁핍한 경제 사정이 모두 자신의 책임인 양 아내가 폭언을 하거나 무시할 때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단순노무 등의 일자리마저 없어져 생계에 위협을 받을 때, ‘무능력한 남편’에 대한 원망이 더 커졌다고 호소한다.
장기간 별거를 하며 ‘사실상 이혼’ 상태에 놓여 있던 부부들이 법적 이혼을 마음 먹는 일도 눈에 띄었다. 배우자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이나 임대주택 등 일정한 지원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어서다. 이에 서둘러 혼인관계를 정리하려 상담소를 찾는 사례들이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실제 이혼 건수는 감소…법원 휴정·결혼 감소 탓
하지만 지난해 실제 이혼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이혼 건수는 10만6512건으로 2019년 대비 3.9% 감소했다.법조계에선 코로나19로 결혼 건수 자체가 감소한 데다, 지난해 법원이 자주 휴정한데 따른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 지면 억눌려 있던 이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에선 ‘코비디보스(Covidivorce·코로나 이혼)’란 신조어가 생길 만큼,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이 깨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