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도민의 반대 여론에도 제2공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제주도의회가 지사직 사퇴까지 거론하며 원희룡 제주지사를 맹비난했다.
제주도의회 좌남수 의장은 11일 의장 집무실에서 고영권 제주도 정무부지사 등 제주도 관계자를 불러 "제2공항 갈등에 대해 전적으로 원희룡 제주지사가 책임져야 한다"며 말했다.
좌 의장은 "어제 제2공항을 정상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갑자기 발표했다"며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지 말고 갈등을 해소하자는 도의회와의 합의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좌 의장은 "여론조사 발표 후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도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함께해달라'고 한 원희룡 지사 자신의 말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며 "제주도의 제2공항 입장 발표로 인한 앞으로의 갈등은 전적으로 원희룡 지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지난해 12월 11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묻는 도민 여론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제2공항 도민 의견수렴 관련 합의문'에는 도민 의견수렴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하고, 도민 의견 수렴 후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박원철 제주 제2공항 건설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홍명환 여론조사 공정관리 공동위원회 위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갈등 해소를 위한 도의회와의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제2공항 건설 추진 의지를 밝힌 원희룡 지사는 최고 정책결정권자에 부여된 권한을 남용했으며, 스스로 부여된 책임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원희룡 지사는 국토부에 제출한 제2공항 추진 필요성을 밝힌 공문을 당장 철회하고, 스스로 사퇴해 도민 사회를 갈등과 반목으로 몰아넣은 현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 정무부지사는 "국토교통부에서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도민 여론조사 입장을 밝혀달라는 공문을 보내옴에 따라 제주도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의회와 도민을 무시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해명했다.
고 정무부지사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갈등 해결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생각이 없다"며 "도지사로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연합뉴스 등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는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을 통해 도민 각 2천 명, 성산읍 주민 각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제주 2공항 건설과 관련한 도내 견해차를 드러냈다.
전체 도민 여론은 반대가 우세했지만, 공항 예정지 주민의 경우 찬성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제주도는 여론조사 결과를 지난달 23일 주무 부처인 국토부에 전달했고, 국토부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제주도의 의견을 지난 10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도민 전체 여론과 공항 예정지 주민 사이에 엇갈린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졌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0일 '제2공항 사업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을 발표하며 "국토부는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국책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제주도는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