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서 관람하는 공연…새소년 "팬들이 최대한 즐길만한 콘텐츠일듯"
코로나 시대의 대안 콘서트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
'감정이 앞서 전한 말에는 누군가 긁히고 / 날 지키기 위한 성급한 판단에 상처를 입어요…'('내일의 나에게' 중)
휘영청 떠 있는 달 사이로 청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흡사 한밤의 숲속을 본뜬 듯한 무대에서 밴드 기프트의 공연이 시작됐다.

어쿠스틱 기타와 베이스, 드럼 소리가 사방에서 조화롭게 울리며 현장감을 돋운다.

단, 관객이 앉은 곳은 오프라인 콘서트 현장이 아니라 영화관 객석이다.

밴드 기프트와 새소년이 출연한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이 11일 개봉했다.

영화와 콘서트가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대중음악 콘텐츠로, 뮤지션의 개성을 살린 세트에서 연출한 1시간가량의 라이브 공연 및 인터뷰 등을 영화관에서 즐길 수 있게 했다.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로 자리 잡은 온라인 콘서트와 가장 큰 차이점은 대형 스크린과 서라운드 사운드가 주는 몰입감이다.

안방에서 즐기는 영상 콘서트로는 거의 불가능한 팬들 간 교감도 가능하다.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은 출연진 두 팀이 모두 밴드인 만큼 합주 소리를 최대한 살리고 카메라 워킹 또한 음악의 서사를 따라가도록 했다.

실제 콘서트처럼 연출하기 위해 곡별로 신을 끊지 않고 서너 곡을 원테이크로 촬영했다.
코로나 시대의 대안 콘서트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
새소년은 우주를 떠다니는 비행선 내부를 본뜬 무대에서 앨범 '여름깃', '비적응'에 실린 음악을 선보였다.

카메라는 쉴 새 없이 기타 줄을 타고 움직이는 손가락과 아티스트의 표정 등을 클로즈업해 보여주며 생동감 있게 화면을 구성했다.

'이방인'의 하이라이트인 황소윤의 내지르는 보컬과 '심야행'의 거친 기타 소리 역시 귓가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황소윤은 이날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도 재미없고 보는 사람도 썩 즐겁지 않을 것 같아 온라인 콘서트를 지양한다"며 "그래도 이번 콘텐츠는 팬들이 최대한 즐길 만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공연장에 서 있다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된 콘텐츠지만, 공연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때 하더라도 재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은 CJ문화재단이 코로나19로 공연이 없어진 뮤지션에게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하는 한편 음악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기획했다.

세트 등 공연과 관련된 내용은 협의를 통해 아티스트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

기프트 보컬 이주혁은 "무대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절실한 기회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 같은 시국에 CJ문화재단의 제안을 받고 참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개국을 도는 투어를 취소했다는 황소윤은 "밴드가 영화관에서 무대 인사를 하는 게 굉장히 생소하다"면서도 "팬들이 이곳 객석에 앉아 있을 텐데 짧게나마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서 감사하다"며 웃었다.
코로나 시대의 대안 콘서트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
소규모 무대를 통해 실력을 키워 스크린에까지 데뷔하게 된 두 팀은 최근 코로나19로 라이브클럽이 잇달아 문을 닫는 상황에 대해 일제히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기프트 베이시스트 김형우는 "나의 고향 땅, 돌아갈 곳이 없어진 기분"이라며 "인디 문화와 공간 자체가 유지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게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황소윤 역시 "저희도 홍대 클럽에서부터 여기까지 굴러왔는데 인디 뮤지션의 토양이 없어지는 것 같아 유감"이라며 "힘을 가진 분들이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우리도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흔쾌히 돕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