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실무그룹 공동의장 맡아 '기후변화 리스크' 이니셔티브 주도 미중 모두 상대 공동의장국 언급은 안해…미묘한 긴장 속 '불안한 동거' 관측도
미국과 중국이 올해 주요 20개국(G20)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금융리스크를 연구하는 그룹의 공동 의장국을 맡기로 해 주목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서 긴장 관계를 이어온 양국이 공통의 우선 과제인 기후변화 문제에서는 잠시나마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민감한 양국 관계를 반영하듯 미중은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이슈인 기후변화 이니셔티브를 공동 추진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25일 G20 회원국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G20의 '지속가능한 금융그룹' 공동의장국을 맡게 된 사실을 알리면서 이를 실무 워킹 그룹으로 격상해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를 다루는 기구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튿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이강(易綱) 행장도 중국이 이 그룹의 공동 의장국을 맡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옐런 장관과 이 행장 모두 누구와 함께 '공동' 의장국이 됐는지, 서로 상대국가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중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긴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 유지 방침을 밝혔고, 바이든 정부의 초대 내각 책임자들도 중국을 미국의 경쟁자이자 최대 도전국으로 규정했다.
중국 역시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인권이나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해 바이든 정부의 공세에 가만있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양국은 기후변화 문제를 놓고서는 사안의 시급성을 인정하면서 필요성에도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지난해 9월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중국 정부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회의 개막일인 지난 5일 공개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 강요' 초안에서도 2025년까지 비(非)화석 에너지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복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기후 특사로 파리기후변화협정 체결을 주도했던 존 케리 전 국무부 장관을 임명하고 중국도 지난달 기후변화 특별대표로 셰전화(解振華)를 임명했는데, 두 사람은 이미 과거 여러 기후관련 국제회의에서 친분을 쌓아온 사이라고 WSJ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WSJ에 두 사람이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등 정기적으로 교류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G20 기후변화 금융리스크 실무그룹의 공동의장직을 미국에서 누가 맡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중국에서는 인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베테랑 전문가 마쥔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민은행은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WSJ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