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방화로 전소돼 17억원 상당 피해…소화전·감지기만 있어
소화전으로 불 끄려 했으나 역부족…적극적 화재 예방대책 필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인 내장사 대웅전…"방재 시설 보완해야"
전북 정읍시 '천년 고찰' 내장사 대웅전이 승려의 방화로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면서 방재시설 미비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불탄 대웅전이 지정 문화재는 아니지만, 목조로 지어져 화재 위험성이 큰 데다가 이전에도 불이 난 만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설을 재건 과정에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정읍시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불이 난 내장사 경내에 설치된 방재시설은 소화전과 화재 감지기, 폐쇄회로(CC)TV 등이다
실내 온도를 감지해 불이 나면 주위에 자동으로 물을 뿌려 진화하는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이 촬영한 당시 화재 영상을 보면 대웅전은 하단부터 지붕까지 활활 불탔다.

처마를 올라타고 지붕으로 옮겨간 불은 주변을 빨간빛으로 밝히며 무서운 기세로 '역사'를 집어삼켰다.

대웅전 건물에는 방염 처리된 목재가 사용됐으나 내부에 연단 등 목재로 된 부속품이 많아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전주대학교 문화재 방재연구소에 따르면 목재 건축물에 불이 붙은 후 전체가 화염으로 뒤덮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5∼7분 남짓이다.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상황에서 진화 작업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이 소화전을 조작해 목조 건축물의 불을 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내장사에 머물렀던 대우 스님(75)은 "매캐한 냄새가 나 밖에 나가봤더니 대웅전이 불타고 있었다"며 "승려들과 함께 소화전을 이용해 불을 끄려 했으나 이미 크게 번져 불가능했다"고 이러한 설명에 힘을 실었다.

화재 초기 자동소화장치가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인 내장사 대웅전…"방재 시설 보완해야"
엄밀히 따지면 불이 난 내장사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니다.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사찰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내장사 대웅전은 2012년 10월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되는 불로 전소된 뒤 복원하는 과정에서 자동소화장치는 설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는 문화재가 아니더라도 화재 위험성이 큰 목조 건축물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방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현 전주대 문화재 방재연구소장은 "소화전을 사용해 불을 끄려고 할 때는 건물이 이미 불로 뒤덮인 뒤라서 늦을 수밖에 없다"며 "관련 법이 미비하다고 해도 화재 위험에 건물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재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찰 관리를 조계종에서 하는 만큼, 스프링클러 설치와 관리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내장사가 국립공원에 있는 전통 사찰이라는 점을 고려해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방재 대책과 시설 설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