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속 검사 사건은 '깜깜'…공수처 "실무 채널서 논의"
'이성윤이 쏘아올린 작은 공'…공수처 사건이첩 이어질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자신이 연루된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넘겨달라고 요청하면서 공수처로의 첫 사건이첩 사례가 나왔다.

이는 검사의 범죄 혐의 이첩을 의무화한 공수처법 25조2항이 처음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다른 검사 사건들도 잇따라 공수처로 넘겨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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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이첩 사례…향후 이첩 이어질 듯
8일 공수처 등에 따르면 김진욱 공수처장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직접 수사할지,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공수처법 25조2항은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그 수사기관의 장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이첩이 성사되면서 검찰이 쥐고 있는 또 다른 검사 사건들도 공수처로 옮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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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수처 수사팀 구성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향후 사건이첩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검사와 관련된 수사는 적지 않다.

우선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인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의 친형 뇌물수수·사건무마 의혹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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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은 또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해왔고, 서울남부지검이 수사 중인 KBS의 '채널A 오보' 사건에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연루된 상황이다.

공개된 사건들은 검사의 혐의가 인정될지, 혐의 명이 무엇인지 등에 따라 이첩 여부가 갈릴 수 있지만, 미공개 사건까지 포함하면 향후 이첩이 줄줄이 이어질 수도 있다.

◇ 캐비닛 속 검사 사건 '깜깜'…"실무 협의할 것"
문제는 공수처 입장에서 검찰이 검사의 범죄를 수사 중인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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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직접 나서지 않고서는 사건을 넘겨받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공수처는 사건이첩을 하지 않으면 '법 위반'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인지 통보를 받는 게 검찰의 사건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공수처법에서는 검경이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으며, 공수처는 해당 수사기관에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25조 2항 외에도 24조 1항에서 규정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도 사실상 공수처가 타 기관 사건을 인지하기 전까지는 발동하기가 힘든 권한이다.

결국 공수처는 검경의 인지 통보와 일방적인 이첩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검찰 캐비닛'에 뭐가 들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향후 공수처와 검찰 간 줄다리기가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공수처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검찰과의 실무채널을 통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수처는 현재 대검찰청과 실무채널을 가동해 이첩 기준과 방식을 정하는 막바지 작업을 거치고 있다.

내부 사건·사무 규칙이 완성되면 보다 적극적인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