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코로나發 '한국 경제 7대 위기설'…지금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었다. 백신이 보급되면서 코로나 사태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 1년 동안 모든 분야에서 종전에 볼 수 없었던 큰 변화가 진행돼왔다. 일부 분야는 30년 동안 일어날 변화가 1년 만에 닥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 경제와 관련된 위기설도 많이 나왔다. 증시와 관련해서는 작년 3월, 7월, 9월 등 중요한 고비 때마다 ‘붕괴설’이 제기됐다. 가장 많이 나왔던 경기 위기설은 ‘디플레이션 우려’로 집약된다. 코로나 사태 직후에는 ‘제2 외환위기설’, ‘중국발 금융위기 전염설’도 한동안 나돌았다. 지난 1년 내내 ‘국가부채 위기설’, ‘가계부채 위기설’, ‘부동산 대책 실패발 총체적 위기설’ 등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코로나 사태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각종 위기설을 점검해 보면 예측에서 가장 많이 벗어난 게 증시 붕괴설이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직후 ‘1000선도 무너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관론이 나왔던 코스피지수가 1400선을 바닥으로 급반등하기 시작해 우리 증시 역사상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3000’ 시대마저 열어젖혔다.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코로나發 '한국 경제 7대 위기설'…지금 상황은?
경기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심했던 디플레이션 위기설은 실현되지 않았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실질 GDP로 나눈 GDP디플레이터가 2019년 -0.7%에서 지난해 1.3%로 돌아서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났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1%를 기록해 1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 거꾸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는 정책과 총공급, 총수요 요인이 겹친 다중 복합 공선형 성격이 짙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높다.

제2 외환위기설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1년 내내 외환보유액은 직접 보유한 ‘1선 외화’와 각종 통화 스와프 등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2선 외화’까지 합하면 5400억달러 이상을 유지해 왔다. 가장 넓은 개념의 캡티윤 방식으로 추정한 적정 외환보유액인 3800억달러의 1.4배에 달하는 규모다. 코로나 사태 직후 급등할 것으로 우려됐던 원·달러 환율은 200원 이상 하락했다.

중국발 금융위기 전염설 역시 기우였다.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300%를 넘어 우려되는 측면은 있지만 지난해 중국 경제는 ‘V’자형(작년 1분기 -6.8%→2분기 3.2%→3분기 4.9%→4분기 6.5%) 반등에 성공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우리로서는 중국 경제가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것이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지난 1년 동안 증시, 경기, 금융 분야에서 나돌았던 위기설은 ‘마이클 피시 현상(전문가일수록 예측이 틀려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것)’으로 그쳤지만 갈수록 악화되는 위기설도 있다. 현 정부 들어 증세를 뛰어넘는 재정지출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17년 36.1%대에서 올해는 52.5%에 도달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2024년에는 62.2%로 IMF의 새로운 적정국가채무비율인 6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간부채도 위험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신용갭은 지난해 3분기 말 16.9%포인트로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용갭은 GDP 대비 민간신용비율로 민간부채의 위험이 얼마나 누적됐는지 평가하는 지표다. 이 수치가 2%포인트 아래면 ‘정상’, 2~10%포인트 사이에 있으면 ‘주의’, 10%포인트를 넘으면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는 ‘경보’ 단계다.

맞고 틀리고 여부를 떠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부동산 대책 실패발 총체적 위기론이다. 부동산 대책의 시차를 아무리 짧게 잡아도 6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2개월도 안 돼 한 번씩 나오는 부동산 대책은 누구라도 믿지 않을 것이다. ‘시장의 실패’라는 이유로 개입했던 ‘정부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콘택트 초연결 사회가 앞당겨지는 시대에는 증시를 비롯한 모든 경제 분야에서 심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일수록 예측이 틀리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만큼 각종 위기설을 제시하는 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처럼 우리 경제와 국민이 어려울수록 더 그렇게 해야 한다. ‘프로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공공선)’ 정신이 절실한 때다.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