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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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대우 스님(75)은 7일 "내장사 대웅전 방화와 관련해 일각에서 떠도는 이야기와 다르게 사찰 내 불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우 스님은 이날 오전 화재로 소실된 내장사 대웅전 인근 별채에서 교단 보고로 자리를 비운 주지 스님을 대신해 취재진을 만나 "꼭 들려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먼저 부처님을 잿더미 속에서 지켜드리지 못한 죄는 목숨이 다한들 갚지 못할 것"이라며 "모든 죄와 업을 엎드려 눈물로 참회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분(피의자)과 사찰 내 스님 여섯 분과의 불화나 다툼은 전혀 없었다"며 "그분은 경찰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하는데 그 누구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대우 스님은 범행 전 일련의 상황도 비교적 소상하게 취재진에게 털어놨다.

그는 "그분은 같은 불교지만 다른 교단에 있다가 최근 우리 교단에 들어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겠다고 했다"며 "우리는 승복을 입은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따뜻하게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그분에게도 그렇게 대했다"고 설명했다.

또 "불이 난 그날 오후 4시께도 그분은 다른 사찰에서 온 스님과 사찰 내에서 차를 마셨다"며 "그 자리에서 그분은 '내장사에 오니까 모두가 잘해줘서 좋다'며 되레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고 하는데 왜 2시간 뒤에 그런 짓을 했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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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스님은 피의자의 범행 도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창고에 소독 기계를 작동할 때 쓰이는 휘발유가 통에 담겨 있었는데 그분이 그걸 대웅전에 뿌리고 불을 지른 것 같다"며 "술을 마셨다는 것에 대해서는 화재 직전에는 그분은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방 안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그분이 경찰에서 말한 것이 모두 사실인 것처럼 전해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에서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며 "어려운 일이지만, 하루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대웅전이 제모습을 다시 찾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디.

지난 5일 오후 6시 30분께 내장사 대웅전에 난 불은 신고자인 승려 최모(54)씨가 인화물질을 뿌린 뒤,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최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대웅전이 전소돼 17억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최씨는 경찰에서 "사찰 관계자들과 다투고 나서 홧김에 불을 질렀다"며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