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로 검찰이 1개월 이상 ‘수장 공백’ 상태를 맞게 됐다. 대검찰청은 내주 초 전국 고검장 회의를 여는 등 조직 안정화에 주력할 방침이지만 여권을 비판하는 검사들의 내부 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등 ‘총장 사퇴’ 후유증은 이어지고 있다. 후임 총장에 누가 낙점되느냐에 따라 여권과 검찰 사이 갈등의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11시20분께 윤 총장 사표를 공식 수리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조남관 차장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즉각 전환했다. 조 차장은 오는 8일 오전 전국 고검장 회의를 열기로 했다. 총장 공석에 따른 조직 안정 방안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설치 법안 등에 대한 검찰 내 의견 수렴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일선 검사를 만나 ‘검찰 달래기’에 나섰다. 박 장관은 이날 광주고등검찰청 및 광주지검을 방문하기 전 “(윤 전 총장이) 사퇴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이어 “중수청 관련 법안은 아직 시한을 정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며 “우리 검사들이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표나 집단성명 등 명시적인 검찰 내 반발은 없지만, 검찰 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선 총장 사퇴 상황을 둘러싼 검사들의 분노 여론이 들끓었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전날 “집권여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도가 ‘정권의 심기를 거스른 수사’에 대한 보복이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고 했다.

박노산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는 이날 “월성원전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전면 중단하면 저희 검찰을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법무부 장관님, 살려주십시오” 등의 풍자스런 비판글을 썼다.

법무부는 내주 초께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천위는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4명의 비당연직 위원을 새로 선임해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고려하면 후임 총장이 취임하기까지 일러도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선 다양한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친여권 성향’으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검찰 내 신망이 두텁지 않아 후보에서 제외될 것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등도 물망에 오른다. ‘조직 추스르기’ 차원에서 조 차장이 발탁될 것이란 얘기도 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중수청은) 윤 전 총장 때문에 한 것이 아니다”며 “(3월에 발의하고 6월에 국회를 통과시키는 계획이) 큰 틀에서 변함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