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의 출마 기호를 둘러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간의 신경전 이면에서 양측의 선거 비용 부담 문제가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가 단일후보로 선출되면 '기호 2번'으로 본선에 출마해야 전폭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국고보조금 얘기를 꺼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우리 당이 받는 국고보조금을 다른 당 소속의 야권 단일후보에게 대여하거나 지원하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며 "안 대표가 기호 4번을 고수하면 원팀 선거에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기호 2번 요구는 몽니를 부리거나 기 싸움하려는 것이 아니라 매우 실질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압도적인 국고보조금 규모로 국민의당을 압박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원내 102석의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 361억여 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받았다.

3석의 국민의당(10억여 원)보다 35배 큰 규모였다.

국민의힘이 국고보조금 대신 당비를 국민의당에 합법적으로 빌려줄 수도 있지만, 당비를 내는 고정 지지층이 반발할 수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이 이 문제를 꺼내는 자체를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어떻게 힘을 합해서 서울시를 탈환할지 궁리하지 않고, 제1야당의 세 과시로 단일화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 당은 원래 절약하면서 매우 효율적으로 선거를 치러왔다"며 "더구나 코로나19 상황이라 선거 비용이 선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이 불발되더라도 이런 현실적인 조건과 맞물려 물밑 합당 논의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야권 관계자는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계기로 양당의 정책이나 지향점을 좁혀나가면서 합당 프로세스를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野 '출마 기호' 따라 국고보조금 35배 차이…당비대여 방법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