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공지능연구소 휴면증강연구실 연구팀은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해 다양한 진동 자극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발표했다. 위치에 따라 다른 촉감을 낼 수 있고, 광원 가격을 절감해 소재 크기를 줄일 수 있는 햅틱 기술이다. 향후 자동차 전장, 터치스크린 전자기기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햅틱 기술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화면, 게임패드 등을 이용할 때 느껴지는 진동이 대표적이다. 다만 화면 다른 위치에 손가락을 대도 모두 같은 진동이 느껴진다. 이런 종류의 진동은 모터에 달린 무게추의 움직임으로 만들어낸다. 기기 전체에 동일한 진동을 전달하기 때문에 세밀한 촉감 구현이 불가능하다. 나노초 펄스 레이저를 이용해 순간적 온도 변화에 따른 충격파로 진동을 다양화하는 기술이 있으나, 레이저 가격이 너무 비싸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ETRI가 개발한 기술은 손가락의 위치에 따라 모두 다른 진동이 느껴지도록 하는 기술이다. 빛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되는 물리화학적 원리를 이용한다. 광열변환층이 코팅된 특수 필름에 빛을 쬐면 소재의 열팽창률에 따라 필름이 변형 또는 회복되면서 진동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1㎠단위로 9개 구역을 가진 3×3 형태의 LED 배열을 만들어 각각 구역에서 넓은 주파수 대역(125~300㎐)의 정밀한 진동 표현이 가능하게 했다. 사람은 100~200㎐ 범위 진동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데, 높은 주파수는 부드럽게 느끼고 낮은 주파수는 거칠게 느끼기 때문에 대역이 넓을수록 다양한 느낌의 진동을 만들 수 있다. 고가의 레이저 광원 대비 가격 수준도 1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본 기술을 활용하면 다이얼을 돌리는 촉감, 버튼을 누르는 촉감, 미는 촉감(슬라이드) 등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비게이션, 미디어, 기계적 공조 등 다양한 기능이 하나로 통합되고 있는 자동차 전장을 비롯해 터치스크린 기기,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연구팀은 앞서 BMW와 관련 기술 공동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인간 중심 자율지능시스템 원천기술연구' 차원에서 진행됐다. ETRI는 이번 기술과 관련해 논문 10편과 특허 7건을 냈다. 주력 논문 1편은 미국화학회(ACS)가 발간하는 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앤 인터페이스'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