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보장'에 피해자만 1천여명…고소·고발 잇따라
배당금 지급 끊기고 투자금 반환 안돼…회장은 해외도피
"육류가공 신기술 확보" 1천억 투자사기 혐의 업체 수사
육류 가공·수출 사업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며 1천여명으로부터 1천억여원을 끌어모은 업체가 투자자들로부터 고발당해 수사를 받고 있다.

2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육류가공회사 A사 회장 김모(65)씨 등 임원 5명을 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기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2018년 초부터 2019년 6월께까지 다단계 방식으로 1천여명의 피해자들로부터 모두 1천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사는 육류를 0도 가까운 온도에서 빙온(氷溫) 숙성해 맛과 영양을 동시에 높이는 기술을 확보했다며 이 기술로 생산한 식품을 수출한다는 사업 계획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모았다.

2018년 7월에는 생산공장 준공식에 투자자들을 초대해 "한 공간에서 축산물을 빙온 숙성해 가공·포장하는 시설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고 홍보했다.

업체 측은 퇴직 경찰관 단체인 재향경우회가 2천억원 상당을 투자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A사는 서울에 센터장과 본부장이란 직함의 중간 간부 16명을 두고 이들에게 투자자를 모아 오도록 했다.

지방에서도 투자자를 일부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장 등은 40일마다 투자금의 3∼10%에 달하는 배당금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지불각서'도 써 줬다.

실제로 2018년 말까지 투자한 이들에게는 40일마다 꼬박꼬박 배당금이 돌아갔다.

일부 투자자들은 배당금을 재투자하다 피해가 커졌다고 전했다.

주부 B씨는 자신과 가족 명의로 2018년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9억여원을 투자했다.

다른 주부 C씨도 2018년 하반기 1억여원을 투자했고, 공무원 D씨는 퇴직금 등 약 6억원을 업체 측에 보냈다.

하지만 2019년 초부터 배당금 지급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수상하다고 느낀 피해자들은 투자금 반환을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신기술 개발에 나서며 꾸준히 노력 중"이라는 등의 핑계를 대며 지급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육류가공 신기술 확보" 1천억 투자사기 혐의 업체 수사
실제로 A사의 사업은 여러 측면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을 드러냈다.

이들이 투자 예정자로 홍보한 경우회 측은 "경우회 기금을 사기업의 사업에 투자한 적이 없고 이런 사업 자체가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을 초대했던 공장은 채권자인 은행의 신청으로 현재 법원 경매에 넘어간 상태다.

A사 김 회장은 2019년 6월 말 베트남으로 출국한 뒤 현재까지 해외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B씨는 그해 12월 김 회장과 사장 등을 경찰에 고소했고,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됐지만 지난해 4월 '피의자 소재 불명'을 이유로 기소중지 처분됐다.

당국은 김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한 상태다.

다른 피해자들이 여러 경찰서에 낸 고소·고발장은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의 수사의뢰에 따라 송파서에서 일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에 따라 인정되는 피해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며 "고소·고발인을 조사하고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피의자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