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투입된 정부 자금 2조5000원 허공으로
1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우한시가 보유하고 있는 우한훙신반도체(HSMC)는 최근 240여명의 전 임직원에게 회사의 재가동 계획이 없다면서 퇴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회사는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공정을 적용한 시스템 반도체를 제작하겠다며 2017년 우한에서 설립됐다. 총 투자 유치 목표로 1280억위안(약 22조원)을 제시했고, 중앙정부와 우한시 등으로부터 153억위안(약 2조5600억원)을 받아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대만 TSMC의 미세공정 개발을 주도했던 장상이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해 반도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 초기 단계부터 자금난에 봉착하면서 사업이 표류하기 시작했고 채권자들에게 토지가 압류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회생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HSMC가 네덜란드 ASML로부터 2019년말 도입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노광기도 채권단이 압류해놓고 보니 수년 전에 나온 철지난 기기였다. 애초부터 중국 정부의 반도체 정책자금을 노린 사기극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중국에선 최근 중앙정부의 지원과 지방정부의 과욕을 이용한 반도체 프로젝트 사기가 속출하고 있다.
장상이 CEO도 지난해 퇴사하면서 "회사 정보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 악몽같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중신궈지(SMIC)로 옮겼다.
HSMC를 중점 사업으로 지정했던 우한시정부가 지난해 8월 이 회사를 직접 인수했다. 이에 회생 가능성이 잠시 거론되기도 했지만 결국 이번 해고 통보를 계기로 청산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인공지능(AI)과 5세대(5G) 통신, 무인기 등 여러 첨단 기술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이런 산업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는 아직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신장비 세계 1위, 스마트폰 2위였던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를 활용한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게 되면서 휘청이는 모습을 보면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얼마나 큰 약점을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중국에도 SMIC나 칭화유니그룹 계열 메모리 반도체업체 창장춘추(YMTC) 같은 기업이 일부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만드는 제품은 선진 제품 수준과는 거리가 멀고 생산량 역시 세계 시장 규모와 대비했을 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비율(자급률)을 70%까지 올린다는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다. 또 2014년 1390억위안 규모의 국가반도체산업투자펀드를 조성했다. 지난해 9월에는 2040억위안(약 34조원)을 들여 2차 반도체펀드를 만들었다. 지방정부와 민간 투자까지 합하면 2025년까지 매년 2000억위안(약 33조원) 이상이 반도체 산업에 유입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해 자급률(자국 내 생산 비율)은 15.9%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외국 기업이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반도체가 대부분이었고, 자국 기업 비중은 5.9%에 머물렀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