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재난지원금 정책서 번번이 소외…"이번에도 뒷순위 될까"
백신 접종도 '방역차별' 우려 …불안 떠는 이주노동자들
"바이러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데 방역정책에는 차별이 있는 것 같아요.

백신이 절박한 상황인데 이번에도 뒷순위로 밀릴까 봐 걱정됩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일상 회복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 방역대책에서 번번이 소외됐던 이주노동자들은 백신 보급 소식을 듣고도 걱정이 앞선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우다야 라이씨는 28일 "이주노동자 백신 접종 계획이나 순번에 대해 아직 들은 것이 없다"며 "주변에서도 순번이 가장 뒤로 밀릴 것 같다는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도 한국인들과 같은 사회에서 생활하는데 정부의 방역정책은 늘 불평등하게 시행됐다"며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구성원보다는 비판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응 정책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여러 번 차별을 겪었다.

지난해 3월 '마스크 5부제' 시행 당시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외국인등록증과 건강보험증을 함께 제시해야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했다.

신분증만 요구받는 한국인들과 달리 외국인에게만 까다로운 조건을 적용하는 데 대한 항의가 이어지자 보건당국은 건강보험증 제시 의무를 없앴다.

하지만 '건강보험 가입' 조건은 그대로 유지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6개월 미만 단기체류 외국인이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대책에서 배제됐다.

이주노동자들은 재난지원금 정책에서도 소외됐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지원 정책이 주민등록표에 기재된 외국인과 영주권자, 건강보험 가입 결혼이민자에만 한정됐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도 '방역차별' 우려 …불안 떠는 이주노동자들
집단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라 사실상 '감금' 생활을 해야 하는 것도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또 하나의 어려움이다.

한국에 온 지 6년이 된 네팔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A씨는 "보통 이주노동자들은 공장 기숙사 같은 곳에 모여 생활하기 때문에 집단 감염 위험이 높다"며 "몇몇 회사는 아예 공장 부지 외부로 외출을 막고, 나가면 해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백신 접종이 필수이지만 A씨는 아직 접종이 망설여진다고 했다.

접종 과정에서 미등록 신분이 드러나 강제 출국당할지도 모르는 두려움 때문이다.

A씨는 "얼마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 택시기사의 신고로 신분이 밝혀져 출국당한 친구가 있었다"며 "정부가 비자 없는 외국인도 출국시키지 않겠다는 보장을 확실히 해주기 전에는 접종을 받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비자 없는 사람도 똑같은 사람이다.

코로나19가 무섭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며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백신 접종만은 차별 없이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은 언어 장벽이 있어 정보력도 떨어지고 사회적 이슈에 단결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며 "열악한 노동·생활 환경으로 감염에도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차별 없이 일반 성인과 같은 시기 접종이 이뤄질 수 있게만 해달라는 것이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라며 "40만명으로 추정되는 미등록 노동자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접종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