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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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한국 자동차 생산에 본격적인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한국GM이 부평2공장 가동률을 50%로 낮춘 데 이어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특근(주말근무)을 줄이고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아이오닉 5 등 차세대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투싼·쏘렌토도 위태롭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일부 공장(울산 3공장, 5공장 등)의 3월 특근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회사 측은 당분간 주 단위로 특근 일정을 정하겠다고 노조에 설명했다. 차량용 반도체의 적기 공급이 불확실해 한 달간의 특근 일정을 미리 확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기존에는 매월 초에 1개월 단위로 일정을 짰다.

회사는 또 향후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일시 중단할 수 있다고 노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3월 화성공장의 특근을 없애기로 가닥을 잡았다. 기아의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 등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들어 반도체 제조사와 직접 물량 공급 관련 협상을 벌이고 있다. 기존에는 현대모비스 보쉬 등 1차 협력사로부터 반도체가 포함된 부품을 공급받았지만,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라인이 멈추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반도체 회사와 직접 접촉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먼저 감산에 나선 한국GM은 3월 중순까지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한국GM은 본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공급받는 반도체 중 일부가 부족해지자 2월 초부터 부평2공장 가동률을 절반으로 낮췄다. 부평2공장은 말리부와 트랙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테슬라도 반도체 부족에 타격 입어

반도체 부족에 따른 자동차 생산 차질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도요타, 폭스바겐, 포드, 르노, 닛산 등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최근 반도체가 없어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낮췄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도 반도체 공급난을 피해갈 수 없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가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의 모델3 조립라인 근로자들에게 생산 일시 중단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프리몬트 공장의 모델3 생산 중단은 지난 22일 시작됐으며 오는 7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반도체 공급난으로 올 1분기 자동차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이 약 100만 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올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전체 매출이 610억달러(약 70조원)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지난해 시작됐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문에 자동차 판매가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반도체 주문량을 대폭 줄였다. 그 사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들은 가전 및 정보기술(IT) 관련 반도체 생산에 집중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반등했고, 자동차 회사들은 뒤늦게 반도체 주문량을 늘렸다. 하지만 가전업체 등으로부터 이미 수개월치 주문을 받은 파운드리업체들은 생산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 5 등 차세대 전기차의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는 200~400개의 반도체가 들어가는데, 전기차에는 이보다 100개 정도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올 3분기까지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반도체 회사에 주문을 넣어도 생산까지 약 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들은 안정성을 이유로 신규 업체엔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좀처럼 맡기지 않아 새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