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부족이 D램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P 부족이 스마트폰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면 모바일 D램 수요 역시 위축될 것이란 분석이다.

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모바일 D램(LPDDR4X 기준) 평균 계약 가격은 작년 4분기 대비 0.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작년 2분기(2.2%) 후 세 분기 만에 상승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 것이다.

스마트폰 수요가 살아나며 모바일 D램 주문도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모바일 D램 수요가 전년 대비 20%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중저가 5G 스마트폰이 확대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주요 스마트폰 ASP(평균판매가격)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매출에서 모바일 D램 비중은 3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선 모바일 D램 수요가 연초 예상치에 못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AP 부족→스마트폰 생산량 감소→모바일 D램 수요 감소’ 현상이 진행되면서 슈퍼사이클에 장애물이 될 것이란 얘기다.

이는 시장조사업체들의 가격 전망에서도 확인된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서버 D램과 관련해 2분기 가격 전망치를 기존 ‘8~13% 상승’에서 ‘10~15% 상승’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모바일 D램과 관련해선 별다른 조정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아직까지 ‘D램 슈퍼사이클’에 대한 전망이 우세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최근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파운드리 업체들이 자동차 반도체에 우선순위를 두기 시작했다”며 “스마트폰용 AP의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며 2분기 말부터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공장 재가동이 늦어지는 만큼 스마트폰 제조사는 모바일 D램 주문도 줄이게 될 것”이라며 “2분기 모바일 D램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