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토추상사가 산업용 가스 대기업인 프랑스 에어리퀴드와 손잡고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 생산시설을 일본에 건설한다. 대량의 수소를 저렴하게 공급해 수소 에너지 이용의 최대 장애물인 인프라 부족과 생산비용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할 것으로 두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토추상사와 에어리퀴드는 2025년께 일본 중부 주부지방에 액화수소 생산시설을 세우기로 했다. 에어리퀴드는 미국 네바다주에 건설하고 있는 세계 최대 액화수소 생산시설과 같은 수준인 200억엔(약 2113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시설에서는 하루 30t의 액화수소를 제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소연료전지차 4만2000대를 완전히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현재 일본 전체의 하루 액화수소 생산능력(44t)과 맞먹는 규모다.

이토추와 에어리퀴드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방식으로 현재 ㎏당 1100엔 전후인 거래가격을 1000엔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제조단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회수해 식료품 포장재 등으로 외부에 판매하는 전략도 수립했다.

생산한 수소는 주로 수소충전소에 판매한다.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이 늘어나면 수소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수소 이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화력발전소와 철강업계로도 판로를 넓힐 방침이다.

2050년까지 탈석탄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일본 정부는 수소를 화석연료 대체 에너지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현재 200만t인 수소공급량을 2030년까지 300만t, 2050년까지 2000만t으로 확대한다. 또 4000대와 137곳에 불과한 수소연료전지차와 수소충전소를 2030년까지 각각 80만 대와 90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수소 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당 100엔인 수소 단가를 2030년까지 30엔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도 세웠다.

에어리퀴드는 독일 린데와 함께 세계 최대 산업용 가스 생산업체다. 일찌감치 수소 에너지 시장에 뛰어들어 세계 500여 곳의 수소충전소 가운데 120곳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도 13곳의 수소충전소를 갖고 있다.

해운업계의 탈석탄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일본 투자회사인 앵커십파트너스는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6000억엔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LNG선을 구입해 해운회사에 임대함으로써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구조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소와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선박을 활용할 방침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