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기업의 사회적 위상은 어느 정도이며, 기업인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어떨까. 김용근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쏟아낸 소회에 한국 기업의 절박한 실상이 다 담겨 있다. 임기를 1년 남겨둔 채 하차한 그는 정부와 여당에 기업 입장을 전하고 반영하는 데 한계를 느끼며 좌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 문제를 비롯해 현 정부 들어 강화일변도로 내달려온 기업규제는 전방위적이었다. 김 전 부회장은 고용노동부의 노조 편향부터 지적했지만, “기업을 잡자”는 듯한 규제입법과 편파 행정은 곳곳에 널려 있다. “이런 법안이 줄줄이 통과되는 것에 무력감과 좌절감, 참담함을 느꼈다”는 그의 한탄에 공감하는 기업인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기업에 족쇄를 채우거나 치명상을 입힌 결과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고용부부터 그간 어떤 일을 했고, 지금 무슨 일에 매달리는지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해고자에게도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기업 경영인까지 형사 처벌하겠다는 중대재해법, 균형을 잃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등 수많은 문제법이 고용부 주도 내지는 방조로 만들어졌다. “노동정책만 하지 말고 고용정책도 하길 바란다”는 쓴소리에 고용부는 뭐라고 할 것인가. ‘사회적 타협기구’라는 경사노위의 공익위원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노동계와 경영계가 6 대 1이라는 비판 또한 마찬가지다.

‘기업규제 3법’까지 돌아보면 국제 기류와 거꾸로 간 기업 옥죄기는 끝이 없다. 여당 독주 국회와 정부가 앞선 반(反)기업 기류에 법원까지 가세하는 상황이다. 기댈 곳이 사라지면서 사업을 접거나 국외로 옮기고 싶어하는 기업인이 중소기업으로 확대되는 현실은 조사와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기업이 위축되고 줄어들면 세금은 어디서 나오고, 일자리는 누가 만드나. ‘기업가 정신’을 죽이고 젊은이는 ‘공시족’으로나 몰리는 나라에 미래가 있을까. 퇴행적 규제를 일삼을 게 아니라 국제경쟁력도 봐야 한다. ‘노조 천국’을 만든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게 아니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처한 위기의 본질과 내일을 한번 생각해보라.

김 전 부회장의 뒤를 잇는 이동근 신임 부회장도 관료 출신이다. 정부가 경제단체와의 접점을 넓히면서 기업의 절절한 읍소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마침 대한상공회의소도 최태원 회장 체제로 새로 출범했다. 정부와 국회가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고 귀도 기울이지 않는다면 법정 경제단체를 둔들 무슨 소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