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회장 4연임…하나금융 1년 더 이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의 4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김 회장은 2008년 하나은행장을 지낸 뒤 2012년 하나금융 회장에 올랐고,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에 3월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네 번째 임기’에 들어간다.

지배구조 안정 위해 김정태 ‘1년 더’

하나금융지주는 24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김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등 차기 회장 후보 4명을 상대로 심층면접을 벌인 뒤 김 회장을 1년 임기의 차기 대표이사 회장 단독 후보자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최종 후보에 포함됐던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은 면접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성복 회추위원장(전 삼정KPMG 부회장)은 김 회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 배경으로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글로벌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추진하는 데 김 회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회추위 발표 직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조직 안정화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회장 후보 추천을 앞두고 하나금융 안팎에선 일찌감치 ‘김정태 대세론’이 불었다. 그동안 업계에서 김 회장을 이을 유력 후보로 꼽힌 인물은 함 부회장이다. 외환은행과 통합한 하나은행을 이끌었고, 김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 부회장은 채용비리 재판을 받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최근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꼽힌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 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선행매매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룹 안팎에서 이런 법률 리스크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김 회장의 추가 연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떠올랐다. 김 회장이 4명의 후보군에 포함돼 연임론에 힘이 실리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에서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은 회추위가 알아서 할 일”(은성수 금융위원장)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연임에 더욱 힘이 실렸다.

계열사 CEO 교체 인사 단행

김 회장 연임이 주총에서 확정되면 하나금융 내부 규정상 만 70세가 되는 내년 3월 정기 주총까지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2001~2010년)에 이어 네 차례 금융지주 회장을 지내는 사례가 된다. 하나금융은 내년 다시 차기 회장을 정하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 함 부회장이 여전히 차기 회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또 다른 후계자를 키우는 게 김 회장의 과제로 꼽힌다.

차기 회장 후보가 정해지면서 하나금융은 26일 계열사 대표를 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연다. 대폭 물갈이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이진국 하나금투 대표,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등 14개 계열사 중 11개사 CEO 임기가 주총에 맞춰 끝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장에는 차기 회장 후보에 올랐던 박성호 부행장이 유력하다. 하나금투 대표는 이은형 지주 부회장이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지성규 현 행장은 지주 부회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