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선행지표, 전세값이 떨어진다 [양지영의 집콕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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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전셋값 상승세 둔화되고 매물 늘고 호가 떨어져
지표 상으로는 하락 예측…정부 대책 영향은 상승요인
물가·금리 상승 분위기…"변동성 대비해야"
전셋값 상승세 둔화되고 매물 늘고 호가 떨어져
지표 상으로는 하락 예측…정부 대책 영향은 상승요인
물가·금리 상승 분위기…"변동성 대비해야"
아파트 전세매물이 쌓이고 시세보다 낮춘 매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전세시장이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전세매물이 쌓이고, 전셋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그동안의 피로감때문입니다.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하고 있고, 임대차법 시행 이후 급등했던 전셋값이 일부지역에서 쉬어가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 전세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전세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입주물량이 앞으로 줄어듭니다. 서울의 경우 입주물량이 작년대비 반토막, 내년에는 또 올해의 물량보다 반토막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입주물량만 볼 때에는 전셋값 폭등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전세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더 있습니다. 최근 실시된 전·월세금지법 등 정부의 정책, 금리, 소비자물가지수 등도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잘 관찰해야 합니다.
최근에 전셋값이 떨어진다는 언론보도들을 접한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정확히 얘기한다면 전셋값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셋값 상승폭이 둔화되기 시작한 겁니다. 앞으로 전셋값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작년부터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전셋값이 급등한다는 것은 집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집이 부족하다는 것은 결국 매매시장에서도 집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이어집니다. 집이 필요한 사람은 많은데 공급은 없으니 전셋값이나 매맷값이 다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전셋값이 먼저 오르는 것은 실수요 즉 정말 집이 필요한 사람이 먼저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세라는 특성 때문인데요. 전세는 돈을 주고 빌리는 것이죠. 2년 후 다시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금액입니다. 때문에 매매보다는 쉽게 계약이 이뤄집니다.
반면 매매는 본인의 재산이 걸린 문제입니다. 언제 사고 언제 파느냐에 따라 자산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매매값이 떨어지면 ‘다시 오르겠지’라는 기대감을 걸어보기도 하고, 가격을 낮추지 않고 버텨보기도 하다가 결국엔 전세시장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매매값은 투기적인 요인에 의해 올라 거품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는 이런 요인보다는 실수요와 주택 공급 등에 따라 움직입니다. 때문에 거품이라는 게 거의 없습니다. 시장의 과열 분위기 등에 의해서 매매값이 오르더라도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을 때 투자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전셋값이 매매값의 선행지표라는 부동산의 법칙은 2000년 이후 주택시장에서 딱 들어맞았습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주택의 전셋값은 2002년 10월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 당시 주택값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고공행진을 하던 때였죠. 전셋값은 2002년 10월 -0.1%(전월대비), 11월 -0.9%, 12월 -0.5% 등 3개월 연속 빠졌습니다. 이러더니 2003년 -1.4%, 2004년 11월 말까지 -3.5% 을 기록하며 전셋값이 내려 앉았습니다. 하지만 매매값은 이보다 13개월 뒤에서야 하락세로 접어들었습니다. 즉 2003년 11월(-0.4%)이후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계속 약세를 보였습니다.
최근 전세시장은 어떤가 보겠습니다. 서울 아파트 주간 전셋값 상승폭이 미세하게 주춤한 모습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을 보면 2월15일 기준 전국은 0.19%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은 0.08%를 기록했습니다. 서울은 전주에 0.10%보다 상승이 소폭 둔화됐습니다. 작년 11월 말에 0.15%, 12월 말 0.13%로 지속적으로 전셋값이 둔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강남4구의 전셋값 상승폭 둔화가 눈에 띕니다. 강동구는 0.05%를 기록했습니다. 12월 첫째주에 0.23% 오른 것에 비하면 확실히 상승폭이 둔화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강남구도 전주 0.10%에서 0.05%로, 송파구는 0.14%에서 0.07%로 상승폭이 많이 줄었습니다. 강남과 송파 역시도 지난 12월 첫째주에는 0.20%대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매물 상황은 어떨까요. 서울에서도 최근 상승폭이 많이 둔화된 강동구를 보면 강동구에서도 지난 1월에 입주가 시작된 고덕자이는 전세매물이 쌓이고 있습니다. 전용 84㎡의 한 매물을 보면 최초등록가가 7억9000만원이었는데 13일에는 3000만원을 내렸습니다. 16일에는 다시 1000만원을 내려 현재 7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9년 중순에 입주를 시작한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은 이제 2년 전세 만기 전세물량들이 나오면서 전세매물이 많이 쌓이고 있습니다. 전용 84㎡는 최초 9억5000만원이었지만 계속 떨어지면서 현재 8억6000만원까지 밀렸습니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는 전세매물이 쌓이면서 며칠만에 1억원을 내렸다고 합니다. 강남구 역시도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개포래미안포레스트 등에서 가격을 내린 전세매물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번째는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전세시장에 영향을 줬던 임대차법은 전세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줄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중과세 등 다주택자에 대한 고강도의 세금정책을 폈습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면서 다주택자들은 매도보다는 임대사업자등록과 증여를 택했습니다. 여기에 자녀에게 증여를 하기 위해서 자녀를 세대분리를 시켰습니다. 자녀 역시 1주택자 양도세 장기특별공제를 받기 위해서 2년 거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전세물량이 될 수 있는 물량들이 감소를 한 상황입니다.
로또청약, 3기신도시 사전청약제 등으로 전세수요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통제로 청약 당첨은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로또분양이 됐습니다. 가점을 높이기 위해 무주택자를 유지하며 청약 대기수요로 남아 있습니다. 3기 신도시 역시 로또청약으로 불리면서 2030 등이 해당 지역으로 이사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3기 신도시 중에서도 입지여건이 뛰어난 하남, 남양주 등은 다른 수도권에 비해 높은 전세가격 상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요인만 보았을 때에는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매매시장도 그렇지만 전세시장도 입주물량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전세가격은 수급문제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요소에 따라 움직이기도 합니다.
전세가격과 금리는 반비례 작용을 합니다. 전세라는 제도는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고금리일 때 집주인과 세입자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임차방식입니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적고 저금리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면 집주인은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서 얻는 1~2%이자 수익보다는 월세로 받는 수익이 더 큽니다. 따라서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전세 주택이 월세로 전환이 됩니다. 전세금을 활용한 재투자도 어렵기 때문에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합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전세주택은 줄고 월세주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금리가 오르게 되면 전세가격은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실수요가 많아 실거주 시장이 강한 면모를 보이는 지역은 금리 인상이 되더라도 전세가격이 지속적인 상승흐름을 보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지역이 마포구입니다. 마포구는 출퇴근 실수요가 탄탄한 지역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강남권은 전세와 매매가격이 동반 하락을 했지만 마포구는 전세와 매매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세시장을 예측하는 한 수단으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시중금리도 살펴야 합니다. 기준금리는 여전히 변함없이 제로금리 수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은행권에서 강력하게 가계대출을 규제하고 있다 보니까 신용대출을 사용하는 즉 영끌한 사람들이 많았죠. 근데 작년 9월에 금융감독원이 직접 나서서 신용대출 관리방안을 내놨습니다.
만성적인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 기저에는 미국 연준과 같은 중앙은행들이 저금리를 지속 유지하고 있고 당분간 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믿음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스탠스가 이전과 다소 달라지고 있죠. 미국은 지금의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달러가치와 통화정책 유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간 은행 지분을 가진 미국 연준은 은행의 마이너스가 될 저금리기조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중국 역시 통화당국의 긴축이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역시 가계대출 등 부채에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저금리를 지속할 여유가 없게 된 겁니다.
가계대출 부채가 심각해지면서 정부에서 직접 나섰습니다. 신용대출 관리방안을 내놨습니다. 전문직이나 고소득자 한도 축소를 하라는 방침과 함께 지난 11월에는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초과한 경우, 대출받은 지 1년 이내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면 신용대출이 회수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금리인상도 요구하죠. 지난해 9월에 신용대출 금리가 2.8%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같은기간 2.4%인데 담보대출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가 별차이가 없는 겁니다. 신용대출 금리가 작년 2.8%대로 떨어졌던 것이 12월에는 3.5%까지 오릅니다. 과거 2018년에 신용대출은 4.5% 수준이었습니다.
신용대출 금리 상승과 함께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2.3%까지 떨어졌던 금리가 작년 12월에는 2.6%수준으로 올랐습니다. 기준금리는 변화가 없지만 시중의 금리는 오르고 있죠.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건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당장 시장에 드러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대출 받은 분이나 대출 받으려고 하는 분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가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소비자 물가지수를 알아봐야 합니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쉬운 말로는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보는 수치입니다. 일반 가구가 소비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구입하는 각종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작성되는 물가지표입니다.
경기가 좋지 않을때는 소비자 물가지수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 하락, 기준금리도 줄줄이 내립니다. 반면 화폐가치는 상승하고 주가 및 부동산, 채권 가격이 상승합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반대로 보시면 되겠죠.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소비자 물가지수가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2019년 0.4%에 이어 작년 0.5%로 2년 연속 0%대를 기록했습니다. 2년 연속 0%대 물가는 1965년 관련 통계작성이후 처음입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을 비롯해 2015년(0.7%), 2019년(0.4%) 등 네 차례 뿐입니다.
0% 저물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가장 큽니다. 통상 정부가 돈을 많이 풀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번엔 정부가 돈을 많이 풀었음에도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건 결국 코로나19로 경기, 소비가 위축되면서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주식 시장 등에만 쏠리고 내수 시장에선 돈이 안 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의 전개상황이 소비자 물가지수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올해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대비 상승한 것은 어느 정도 확정된 미래이죠. 또 하나가 소비자물가지수에 영향을 주는 유가가 상당히 불안한 상태라는 겁니다.
물가와 금리가 상승하는 구간이라면 부동산 투자 방향은 달라져야 합니다. 레버리지 등을 이용한 부담스러운 투자는 위축될 수 있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과도한 부채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해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짤 수밖에 없는 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양지영R&C연구소 소장(유튜브 채널 '부잉부잉'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앞으로 전세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전세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입주물량이 앞으로 줄어듭니다. 서울의 경우 입주물량이 작년대비 반토막, 내년에는 또 올해의 물량보다 반토막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입주물량만 볼 때에는 전셋값 폭등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전세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더 있습니다. 최근 실시된 전·월세금지법 등 정부의 정책, 금리, 소비자물가지수 등도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잘 관찰해야 합니다.
전셋값은 사용가치, 매맷값은 교환가치
경제학적으로 볼 때 전셋값이 주택의 사용가치라면 매매값은 시장의 교환가치입니다. 전셋값은 부동산의 내재가치(Fundamental Value)에다 이자율 등을 감안해서 반영합니다. 전셋값 변동은 시차를 두고 매매값 변동으로 이어집니다. 즉 전셋값이 오른 이후 일정 시차를 두고 뒤따라 매매값이 상승합니다. 그리고 전셋값이 떨어지면 일정 기간 후 매매값도 떨어집니다. 전셋값이 매매값 하락 또는 상승의 전주곡, 매매값의 선행지표라는 얘기입니다.최근에 전셋값이 떨어진다는 언론보도들을 접한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정확히 얘기한다면 전셋값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셋값 상승폭이 둔화되기 시작한 겁니다. 앞으로 전셋값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작년부터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전셋값이 급등한다는 것은 집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집이 부족하다는 것은 결국 매매시장에서도 집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이어집니다. 집이 필요한 사람은 많은데 공급은 없으니 전셋값이나 매맷값이 다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전셋값이 먼저 오르는 것은 실수요 즉 정말 집이 필요한 사람이 먼저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세라는 특성 때문인데요. 전세는 돈을 주고 빌리는 것이죠. 2년 후 다시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금액입니다. 때문에 매매보다는 쉽게 계약이 이뤄집니다.
반면 매매는 본인의 재산이 걸린 문제입니다. 언제 사고 언제 파느냐에 따라 자산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매매값이 떨어지면 ‘다시 오르겠지’라는 기대감을 걸어보기도 하고, 가격을 낮추지 않고 버텨보기도 하다가 결국엔 전세시장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매매값은 투기적인 요인에 의해 올라 거품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는 이런 요인보다는 실수요와 주택 공급 등에 따라 움직입니다. 때문에 거품이라는 게 거의 없습니다. 시장의 과열 분위기 등에 의해서 매매값이 오르더라도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을 때 투자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전셋값이 매매값의 선행지표라는 부동산의 법칙은 2000년 이후 주택시장에서 딱 들어맞았습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주택의 전셋값은 2002년 10월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 당시 주택값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고공행진을 하던 때였죠. 전셋값은 2002년 10월 -0.1%(전월대비), 11월 -0.9%, 12월 -0.5% 등 3개월 연속 빠졌습니다. 이러더니 2003년 -1.4%, 2004년 11월 말까지 -3.5% 을 기록하며 전셋값이 내려 앉았습니다. 하지만 매매값은 이보다 13개월 뒤에서야 하락세로 접어들었습니다. 즉 2003년 11월(-0.4%)이후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계속 약세를 보였습니다.
"전세는 실수요, 거품이 없다…상승세 둔화돼"
전세는 실수요와 주택 공급에 따라 움직입니다. 입주물량에 따라 전셋값은 큰 변동이 일어납니다. 실제로 과거 송파구 잠실동에 엘스(옛 잠실주공1단지)·리센츠(잠실주공2단지)·파크리오(잠실시영아파트) 등 1만8000여 가구가 재건축을 통해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전세 급매물이 넘쳐났습니다. 전셋값은 속절없이 하락했습니다. 그 해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은 14% 가까이 빠졌습니다. 당시 서울 전셋값 평균 변동률(-4.31%)보다 10% 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2019년 1월에 9510가구에 달하는 미니신도시급 송파 헬리오시티가 입주하면서도 전셋값은 급락했습니다. 송파 헬리오시티가 입주 시작할 때쯤 초반 가격보다 3억원 이상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매매시장은 실수요와 함께 투자수요가 있는 반면 전세시장은 오직 실수요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수급이 맞지 않으면 바로 가격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새 아파트 입주시기 4~5개월 전이나 현 세입자 만기 4~5개월 전에 5억원에 내놨는데 1개월이 지나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면 4억5000만원에 내립니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났는데도 또 전세계약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4억원으로 내리고, 만기 직전 달에는 3억5000만원 더 급하게 되면 3억원까지 내려는 겁니다.최근 전세시장은 어떤가 보겠습니다. 서울 아파트 주간 전셋값 상승폭이 미세하게 주춤한 모습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을 보면 2월15일 기준 전국은 0.19%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은 0.08%를 기록했습니다. 서울은 전주에 0.10%보다 상승이 소폭 둔화됐습니다. 작년 11월 말에 0.15%, 12월 말 0.13%로 지속적으로 전셋값이 둔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강남4구의 전셋값 상승폭 둔화가 눈에 띕니다. 강동구는 0.05%를 기록했습니다. 12월 첫째주에 0.23% 오른 것에 비하면 확실히 상승폭이 둔화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강남구도 전주 0.10%에서 0.05%로, 송파구는 0.14%에서 0.07%로 상승폭이 많이 줄었습니다. 강남과 송파 역시도 지난 12월 첫째주에는 0.20%대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매물 상황은 어떨까요. 서울에서도 최근 상승폭이 많이 둔화된 강동구를 보면 강동구에서도 지난 1월에 입주가 시작된 고덕자이는 전세매물이 쌓이고 있습니다. 전용 84㎡의 한 매물을 보면 최초등록가가 7억9000만원이었는데 13일에는 3000만원을 내렸습니다. 16일에는 다시 1000만원을 내려 현재 7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9년 중순에 입주를 시작한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은 이제 2년 전세 만기 전세물량들이 나오면서 전세매물이 많이 쌓이고 있습니다. 전용 84㎡는 최초 9억5000만원이었지만 계속 떨어지면서 현재 8억6000만원까지 밀렸습니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는 전세매물이 쌓이면서 며칠만에 1억원을 내렸다고 합니다. 강남구 역시도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개포래미안포레스트 등에서 가격을 내린 전세매물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셋값 앞으로 오를까 내릴까?
전세 관련 지표만 놓고 보면 전셋값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전셋값이 오를 불안요소들도 있습니다. 첫 번째 불안요소는 입주물량 감소입니다. 앞으로 올해와 내년 서울 등 입주물량이 줄어듭니다. 지난해 서울 입주물량이 5만여 가구였지만 올해는 2만7000여 가구로, 내년에는 1만7000여 가구로 대폭 줄어듭니다. 또 3기신도시 사전청약제, 임대차3법 등의 영향으로 전세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두 번째는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전세시장에 영향을 줬던 임대차법은 전세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줄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중과세 등 다주택자에 대한 고강도의 세금정책을 폈습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면서 다주택자들은 매도보다는 임대사업자등록과 증여를 택했습니다. 여기에 자녀에게 증여를 하기 위해서 자녀를 세대분리를 시켰습니다. 자녀 역시 1주택자 양도세 장기특별공제를 받기 위해서 2년 거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전세물량이 될 수 있는 물량들이 감소를 한 상황입니다.
로또청약, 3기신도시 사전청약제 등으로 전세수요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통제로 청약 당첨은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로또분양이 됐습니다. 가점을 높이기 위해 무주택자를 유지하며 청약 대기수요로 남아 있습니다. 3기 신도시 역시 로또청약으로 불리면서 2030 등이 해당 지역으로 이사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3기 신도시 중에서도 입지여건이 뛰어난 하남, 남양주 등은 다른 수도권에 비해 높은 전세가격 상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요인만 보았을 때에는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매매시장도 그렇지만 전세시장도 입주물량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전세가격은 수급문제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요소에 따라 움직이기도 합니다.
전셋값 하락 기대요소…자산가격의 변동을 좌우하는 '금리'
전세시장을 안정화에 대한 요인들도 있습니다. 먼저 금리 부분입니다. 최근에 전세가격이 크게 상승한 이유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금리 영향도 큽니다. 금리는 모든 자산가격의 변동을 좌우하는 핵심변수입니다. 지금처럼 장기적인 제로금리 수준에다 최대의 시중 유동성이 겹친 시기에는 부동산 등 자산가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전세가격과 금리는 반비례 작용을 합니다. 전세라는 제도는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고금리일 때 집주인과 세입자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임차방식입니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적고 저금리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면 집주인은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서 얻는 1~2%이자 수익보다는 월세로 받는 수익이 더 큽니다. 따라서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전세 주택이 월세로 전환이 됩니다. 전세금을 활용한 재투자도 어렵기 때문에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합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전세주택은 줄고 월세주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금리가 오르게 되면 전세가격은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실수요가 많아 실거주 시장이 강한 면모를 보이는 지역은 금리 인상이 되더라도 전세가격이 지속적인 상승흐름을 보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지역이 마포구입니다. 마포구는 출퇴근 실수요가 탄탄한 지역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강남권은 전세와 매매가격이 동반 하락을 했지만 마포구는 전세와 매매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세시장을 예측하는 한 수단으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시중금리도 살펴야 합니다. 기준금리는 여전히 변함없이 제로금리 수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은행권에서 강력하게 가계대출을 규제하고 있다 보니까 신용대출을 사용하는 즉 영끌한 사람들이 많았죠. 근데 작년 9월에 금융감독원이 직접 나서서 신용대출 관리방안을 내놨습니다.
만성적인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 기저에는 미국 연준과 같은 중앙은행들이 저금리를 지속 유지하고 있고 당분간 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믿음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스탠스가 이전과 다소 달라지고 있죠. 미국은 지금의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달러가치와 통화정책 유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간 은행 지분을 가진 미국 연준은 은행의 마이너스가 될 저금리기조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중국 역시 통화당국의 긴축이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역시 가계대출 등 부채에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저금리를 지속할 여유가 없게 된 겁니다.
대출 금리 오르고 소비자 물가지수도 상승
가계대출 부채가 심각해지면서 정부에서 직접 나섰습니다. 신용대출 관리방안을 내놨습니다. 전문직이나 고소득자 한도 축소를 하라는 방침과 함께 지난 11월에는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초과한 경우, 대출받은 지 1년 이내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면 신용대출이 회수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금리인상도 요구하죠. 지난해 9월에 신용대출 금리가 2.8%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같은기간 2.4%인데 담보대출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가 별차이가 없는 겁니다. 신용대출 금리가 작년 2.8%대로 떨어졌던 것이 12월에는 3.5%까지 오릅니다. 과거 2018년에 신용대출은 4.5% 수준이었습니다.
신용대출 금리 상승과 함께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2.3%까지 떨어졌던 금리가 작년 12월에는 2.6%수준으로 올랐습니다. 기준금리는 변화가 없지만 시중의 금리는 오르고 있죠.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건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당장 시장에 드러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대출 받은 분이나 대출 받으려고 하는 분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가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소비자 물가지수를 알아봐야 합니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쉬운 말로는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보는 수치입니다. 일반 가구가 소비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구입하는 각종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작성되는 물가지표입니다.
경기가 좋지 않을때는 소비자 물가지수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 하락, 기준금리도 줄줄이 내립니다. 반면 화폐가치는 상승하고 주가 및 부동산, 채권 가격이 상승합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반대로 보시면 되겠죠.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소비자 물가지수가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2019년 0.4%에 이어 작년 0.5%로 2년 연속 0%대를 기록했습니다. 2년 연속 0%대 물가는 1965년 관련 통계작성이후 처음입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을 비롯해 2015년(0.7%), 2019년(0.4%) 등 네 차례 뿐입니다.
0% 저물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가장 큽니다. 통상 정부가 돈을 많이 풀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번엔 정부가 돈을 많이 풀었음에도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건 결국 코로나19로 경기, 소비가 위축되면서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주식 시장 등에만 쏠리고 내수 시장에선 돈이 안 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의 전개상황이 소비자 물가지수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올해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대비 상승한 것은 어느 정도 확정된 미래이죠. 또 하나가 소비자물가지수에 영향을 주는 유가가 상당히 불안한 상태라는 겁니다.
물가와 금리가 상승하는 구간이라면 부동산 투자 방향은 달라져야 합니다. 레버리지 등을 이용한 부담스러운 투자는 위축될 수 있고,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과도한 부채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해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짤 수밖에 없는 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양지영R&C연구소 소장(유튜브 채널 '부잉부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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